남북관계 개선 불가피 판단한 듯
정부 "진정성 의심되지만…"
◆북 · 미 간 직접대화에서 남북대화로 선회
남한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북한의 태도변화는 6자회담 당사국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말 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에서 '남북대화의 중요성'과 '북한 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 재개 추진'의사를 밝혔다. 북한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중국과 러시아도 지난달 28일 외교부 공동성명을 통해 남북간 직접대화를 촉구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6자회담 당사국들이 남북대화를 회담 재개의 우선 조건으로 보고 있는 만큼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를 그대로 두고 고립구도를 깰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그동안 우라늄농축 시설을 공개하는 '핵 카드'를 들이밀면서 북 · 미 간 직접 대화를 요구해 왔지만 미국은 거부해 왔다. 이에 따라 북한은 현실성 없는 미국과의 직접 대화카드를 일단 접고 '선(先)남북대화-후(後) 6자회담'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아직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우리 정부는 신중한 반응
북한의 유화 제스처에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진정성 없는 또 다른 평화공세일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북한은 사설에서 "인민군대를 전쟁관점에서 멸적의 투지를 안고 고도의 격동상태를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결상태 해소를 이야기하면서도 군사적 긴장은 늦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레토릭(수사)에 불과하다"며 "행동으로 보기 전에 신년사설 하나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메시지가 남북관계 개선,나아가 6자회담 재개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은 정부 당국자들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특히 미 · 중이 19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남북대화를 거친 6자회담 재개 기조를 확인할 경우 남북대화에 급격한 힘이 실릴 개연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향후 정세흐름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