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메리카의 경쟁과 협력이 경제와 금융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군사와 외교,안보와 지역평화 문제에서도 그렇다. 차이메리카는 어느새 견제 속 공생을 도모하는 쌍두체제가 돼 간다.

최근 중국의 행보를 보면 긴장과 갈등 구도를 겁내지 않는다. 달 탐사위성 창어2호 발사 성공(2010년 10월) 이후 서해로 대북 견제훈련에 나선 미국의 항공모함에 대놓고 '미사일 대응'까지 거론하는 마당이다.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영유권 갈등 때는 베이징 주재 일본 대사를 밤 12시에 부르고 공휴일에도 부르며 완력을 보였다. 거침없는 신(新)중국의 일방 외교다. 북핵문제와 북한의 무력 도발에서도 확인된 패권 외교다.

미국은 다급해졌다. 지난 연말 베트남과 아세안(동남아국가 연합)엔 힐러리클린턴 국무장관이,인도엔 세일즈 외교를 내세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며 중국 견제에 나섰다. 'C'자형 중국 고립 외교다. 그러나 미국 외교도 예전 같지 않다. 작년 11월 오바마 대통령 방문 한 달 만에 중국은 원자바오 총리를 인도로 보내 350억달러 경협으로 인도 껴안기에 나섰다. 원 총리는 파키스탄까지 달려가 달러로 환심을 샀다. 지난달의 일이다.

무역분쟁에서도 전에는 중국이 견제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싼 물건 팔기에 다급했던 탓이다. 요샌 달라졌다. 미국산에 대한 중국의 제소도 많다.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위안화 환율 절상에서도 절대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기축통화 논쟁 같은 데서는 "아직은 힘이 없다"며 자세를 낮추기도 한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지난해 11월 중ㆍ러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무역결제 통화로 미 달러 외에 위안화로 다변화한 중국이다. 홍콩 금융시장 육성과 위안화의 국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은 '슈퍼강국' 미국의 존재를 부인할 수는 없다. 세계 금융과 무역질서에서도 그렇고 군사력,안보체제에서는 더 그렇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 무대로 이끌어낸 죽의 장막 뒤 옛 중국은 더 이상 없다. 미국을 위협하며 함께 달리자는 중국이다.

허원순 국제부장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