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이 왜 이리 높이 뜨지?" 몇 달 동안 실내연습장에서 스윙을 다듬었던 김 대리.이제 그물망이 쳐진 200m 길이의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며칠째 볼을 치고 있다. 그런데 자신의 드라이버샷 거리가 몇 m나 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볼이 너무 떠서 천장의 그물망에 걸리기 때문이다.

"로프트 10도의 드라이버인데 이렇게 높이 뜨니 이거 원….9도짜리로 바꿔야 하나?"

전문가의 도움 없이 로프트 9도짜리 드라이버를 사면 그때부터 김 대리의 골프 인생은 꼬이게 된다. 로프트가 클수록 볼은 높이 뜬다. 이것은 진리다. 그러나 김 대리의 드라이버샷이 높이 뜨는 것은 스윙을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지,드라이버 탓이 아니다.

타이거 우즈의 드라이버 로프트가 1년 전만 해도 10.5도(지금은 8.5도 사용) 였음을 상기해야 한다. 물론 우즈는 프로골프투어에 첫발을 내디뎠던 젊은 시절에는 6.5도짜리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스윙 스피드가 빠르면 낮은 로프트로도 볼을 띄울 수 있다. 요즈음 우즈의 상태가 안 좋긴 하지만,그래도 여전히 시속 120마일의 스윙 스피드를 낸다.

주말 골퍼의 스윙 스피드는 대개 시속 95마일 미만이다. 김 대리가 9도짜리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그 순간부터 슬라이스에 시달리게 될 것이 눈에 훤하다.

드라이버는 클럽헤드가 스윙 궤도의 최저점을 지나 약간 올라가는 단계에서 볼에 맞아야 한다. 그래서 볼을 왼쪽에 두고 치는 것이다. 만약 내려오는 각도에서 볼을 맞히면 볼에 백스핀이 더 많이 들어갈 뿐더러 이런 스윙 궤적으로는 필연적으로 헤드 윗부분에 볼이 맞게 되며 그 결과 스카이 볼이 나온다.

대부분 아마추어들이 사용하는 드라이버에는 10도 또는 10.5도의 로프트가 표시돼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약간의 심리적 '장난'이 숨겨져 있다. 실제로는 12~13도의 로프트이지만 10도라고 명시해 낮은 로프트의 드라이버를 쓸 정도로 스윙 스피드가 빠르다는 자부심을 주기 위한 상술이 개재돼 있는 것이다.

아주 드물게 실제 로프트와 명시 로프트가 동일하게 10.5도인 드라이버도 있다. 이런 드라이버로 스윙하면 다른 10.5도짜리 클럽보다 볼이 낮게 날아간다. 실제 로프트가 다르니까 당연한 결과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볼은 45도로 던졌을 때 가장 멀리 간다고 씌어 있다. 그럼 드라이버의 로프트를 더 높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실제로 볼을 치는 순간에는 샤프트가 앞쪽으로 휘어지면서 헤드 페이스가 조금 위쪽을 향하므로 볼의 발사 각도는 더 높아진다. 그래서 일반 아마추어 골퍼가 가장 먼 거리를 낼 수 있는 발사 각도는 20도 정도다. 그리고 나머지는 백스핀이 볼을 띄우는 역할을 한다.

골프칼럼니스트 yjc@imaster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