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플라즈마 제어 전문업체라고 불러주십시오."

비츠로테크는 50년이 넘는 업력을 거치면서 중전압 전기제어장치를 국산화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등 탄탄한 입지를 자랑해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별다른 성장동력이 없다는 냉혹한 평가를 들어야 했다. 과포화 상태의 전력기기 시장에서 저가 경쟁에 목매다보니 영업이익률은 거의 매년 2~3%대에 머물렀다.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인 것이 2002년의 4.4%였다.

이런 비츠로테크가 최근 의미 있는 변화에 나섰다. 이병호 비츠로테크 사장(사진)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2010년 4월~2011년 3월) 비츠로테크 매출이 800억원,영업이익은 45억원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치다. 하지만 무엇보다 영업이익률이 5%를 넘어섰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새롭게 시작한 특수사업이 수익성 개선의 요인이 됐다.

"전력기기 시장의 영업이익률은 이제 1% 수준에 그칠 정도로 레드오션이 됐습니다. 대신 지난해 특수사업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5~20% 수준에 달했습니다. 우리 회사가 변신을 서두르는 이유입니다. "

비츠로테크의 특수사업은 플라즈마 제어,진공 상태 초정밀접합,특수공정 설계 등으로 나뉜다. 응용 분야는 핵융합연구장치(KSTAR) 프로젝트,원자력폐액처리,우주사업 등으로 주로 국가 프로젝트를 통해 매출이 발생된다. KSTAR 사업은 핵융합반응을 통해 친환경에너지를 얻는 프로젝트로 다른 68개 업체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 원전폐액처리는 원자력 발전소의 난분해성 폐액을 처리하는 것이며 우주사업은 한국형 로켓인 KSLVⅡ에 들어가는 엔진 제작에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해 특수사업 부문 매출 비중은 250억원.국가 프로젝트인 만큼 매출처가 안정돼 있고 향후 전망이 밝은 편이다. 전력기기 부문이 지난해 대비 25% 성장하는 동안 특수사업 부문은 33% 성장했다. 전체 매출에서 특수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3분의 1로 늘어났다. 비츠로테크는 특수사업 부문에서 올해는 400억원,내년에는 7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예정대로라면 영업이익은 100억원을 웃돌게 된다.

비츠로테크는 특수사업 강화를 위해 올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이 때문에 사내 유보금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판단으로 최근 121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대규모 유상증자 때문에 주주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특수사업 부문 성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설비투자가 불가피하며 장기적으로는 고질적인 저수익성을 탈피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