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간 저만의 '독방'에 들어간다고 생각해야죠.동계훈련에서 내년 시즌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기술은 물론 정신과 체력까지도 기를 생각입니다. "

2개월 예정으로 태국에서 동계훈련에 들어간 정연주(19 · CJ오쇼핑 · 사진)는 '죽을 각오로 훈련하겠다'고 여러 번 되뇌었다. 그는 10대의 마지막을 보내는 아쉬움도 잊은 채 '2011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만 생각하는 '악바리 소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보통 때는 미국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최나연,웃을 때는 '미소천사' 김하늘을 빼닮았다.

국가대표 출신인 정연주는 지난해 KLPGA 드림(2부)투어 11차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첫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시드전에서 4위로 올 시즌 투어카드를 확보했다.

정연주는 초등학교 시절 발레리나를 꿈꾸다가 5학년 때 박세리(34)의 영향으로 골프를 처음 시작한 '세리 키즈'.왈가닥이었던 그는 골프를 시작하면서 집중력을 길렀고 성격도 차분해졌다고 했다. 국가대표 상비군 시절인 2008년 전국체전 개인전과 경희대총장배에서 연거푸 우승,아마추어 강자로 떠올랐다. 2009년 국가대표를 지내며 서울시장배와 전남도지사배에서도 우승컵을 들었다.

정연주의 장기는 260야드에 이르는 드라이버샷이다. 하지만 그의 특징은 따로 있다. 체중 이동이 거의 없다. 백스윙 때 왼쪽 무릎이 조금 앞으로 나오지만 체중은 여전히 왼발에 둔다. 정연주는 "흔히 백스윙 때 무게중심이 왼발에서 오른발로 옮겨졌다가 다운스윙 때 다시 왼쪽으로 이동하지만 저는 중심축을 최대한 안 움직이려고 하다 보니 스윙이 독특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정연주는 왼손잡이지만 글쓰기와 골프 스윙은 오른손으로 한다. "왼손용 클럽을 구하기 힘들었고 연습장 타석도 많지 않았어요. 다운스윙 후 임팩트 때 왼팔을 쭉 펴주다 보니 파워가 실리고 방향성도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

정연주는 오전에 체력훈련과 샷 연습을 하고 오후 라운드를 도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정연주는 "잠자고 이동하고 밥 먹는 시간 빼고는 골프 생각뿐"이라며 "연습 때도 좋은 성적을 상상하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정연주는 이정민 조윤지 등 지난 시즌 맹활약한 또래들에 비해 투어 데뷔가 1년 늦었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KLPGA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미국과 일본 무대에 진출할 구상도 하고 있다.

올 시즌 목표는 1승을 거두고 신인상을 받는 것.이를 위해 동계훈련에서 멘탈(정신력) 트레이닝을 통해 긴장의 순간에도 잡생각을 떨쳐버리고 샷에 집중하는 훈련에 매진할 계획이다.

"많이 웃고 멋진 샷을 선보여 정연주를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