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은 소리의 상대적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다. 보통 정상 청력의 젊은이가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를 0으로 본다. 가을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소리는 10dB,연인들이 달콤한 귀엣말을 속삭일 때는 40dB 정도다. 조용한 실내에서 나누는 일상적 대화는 55~60dB이다. 지하철에서 이어폰으로 듣는 격렬한 댄스음악은 100dB을 오르내린다. 귓전에서 쏜 총소리는 160dB까지 올라가 단숨에 청신경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불쾌함을 느끼면서 귀에 무리가 오는 건 80~90dB부터다.
소리는 같은 세기라도 주파수가 높을 수록 해롭다. 파장이 짧아 사람의 귀에 는 잘 들리지 않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시끄러운 공장이나 비행장 부근에서 소리없이 창문만 부르르 떨리면 주파수 높은 소리에 노출된 것이다. 심한 소음은 난청뿐 아니라 소화기능 저하, 수면장애, 성장장애, 불임 등의 원인이 된다. 문제는 도시인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온갖 소음에 노출된다는 거다.
그런데도 웬만한 소음은 그러려니 하고 넘기고 스스로 귀를 혹사시키기도 한다. 지하철처럼 시끄러운 곳에서 귓속 깊숙이 이어폰을 꽂고 습관적으로 볼륨을 키운 채 음악을 듣는 게 최악이다. 작은 소리로는 싱거워 못듣는 지경에 이르면 귀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환경부가 휴대용 음향기기 소리 규제에 나설 모양이다. 유럽에서처럼 MP3플레이어,이어폰 등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볼륨의 최대 크기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란다.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조사에서 10대의 난청 유병률이 2.9%로 20대(1.6%)나 30대(2.43%)보다 높은 것을 보고 마련한 대책이다.
지나친 간섭이란 반론도 있을 게다. 하지만 100dB 이상의 소리에 하루 두 시간씩 노출되면 10년 안에 영구난청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이유 없는 반항'을 한다는 청소년기에 귀까지 이상이 생기면 타이르기가 더 어려워질 게 아닌가.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