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첫 거래일인 3일 코스피지수가 0.93%(19.08포인트) 오른 2070.08로 마감하며 힘차게 출발했다. 2007년 10월31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2064.85)를 갈아치운 것이다.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정보기술(IT)주와 은행주가 강한 오름세를 타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국내 증시는 통상 연초에 활황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1,2월에는 정부가 새롭게 쏟아내는 정책에 대한 기대로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경우가 많아,지난해 대형주에 쏠렸던 매수세가 중소형주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사 IT株 집중 러브콜

코스피지수가 올해 2300~240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수급 측면에서 주식형펀드로 다시 돈이 유입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주식 매수에 나서고,업종별로는 작년 하반기에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IT · 은행주가 힘을 낼 것이라는 점이다. 이날 시장 흐름은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42개 종목(우선주 포함)이 1년 신고가를 경신했다.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0.95% 오른 95만8000원에 마감,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100만원 고지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하이닉스(5.42%) LG디스플레이(2.64%) LG전자(1.69%) 등 IT 블루칩도 동반 상승세를 탔다.

연말 결산을 앞두고 IT주를 대거 매도했던 운용사들이 이날은 IT주를 집중 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등은 외국인 · 기관의 '사자'가 동시에 들어와 1년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118억원,기관은 1041억원을 순매수했다. 운용사는 오후 들어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규모가 306억원에 그친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기 투자자인 보험사는 작년에 주식을 많이 못 사 올해는 적극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운용사는 펀드 자금 유출이 수그러들어 연간으로 보면 주식을 순매수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IT · 은행주가 당분간 증시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영회 KT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IT업황이 바닥을 쳤다는 확신은 없지만 반도체 재고를 상당 부분 털어낸 데다 주가도 매력적인 수준까지 하락한 만큼 반등 시점이 왔다"고 분석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는 작년과 반대로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기 때문에 은행주가 증시 주도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중소형주는 '1월 효과' 기대 솔솔

개인투자자들은 이날도 차익 실현에 주력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3666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이틀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정돈영 신한금융투자 목동지점장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지만 개인들은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중소형주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금부터는 중소형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일평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10년간 흐름을 살펴보면 중소형주는 연말에 주가가 하락하다 1~2월 중 반등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정부의 각종 정책이나 대기업들의 투자계획이 연초에 집중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닥지수 상승폭이 1.44%로 코스피지수(0.93%)를 추월한 것도 이런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박 센터장은 "장기적으로는 올해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IT주와 금융주를 중심으로 대응하되,단기적으로는 정부 정책이나 대기업의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는 중소형주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동윤/박민제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