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 재개를 놓고 관련국들이 새해 벽두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사진)는 4일부터 나흘간 한국 중국 일본을 방문한다고 미 국무부가 3일 밝혔다. 보즈워스 대표는 4일 오후 서울에 도착, 5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예방하고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6자회담 수석대표)을 면담할 예정이다. 보즈워스 대표는 위 본부장과의 회동에서 6자회담 재개 조건과 사전 정지방안 등을 놓고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오는 19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어 회담재개 조건과 관련해 탄력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 · 미,남북관계 개선 조율할 듯

워싱턴의 대표적인 '협상파'인 보즈워스 대표의 한 · 중 · 일 방문에 뒤이어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3국을 방문한다. 이는 대화와 제재 · 압박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의 연장선으로 외교가는 풀이하고 있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의 기류가 매우 복잡하다"며 성급한 낙관론을 차단하는 분위기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 · 중 정상회담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6자회담 재개의 돌파구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현재 기류로 보면 미국과 중국이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은 남북관계 진전을 전제로 6자회담이든 북 · 미 직접대화든 협상을 재개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선(先) 남북관계 개선-후(後) 6자회담 재개'로 기조를 정하고 있다. 회담 재개 조건으로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을 포함한 모든 핵개발 활동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9 · 19 공동성명 이행 확약 등 3~4개 조건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북한이 키 쥐고 있어"

김영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6자회담 재개와 관련, "키(key)는 북한이 쥐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6자회담이 열리기 위해서는 관련국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지금까지 논의 경과를 보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나 9 · 19 공동성명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준비가 돼있고, 그런 것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 전제 위에서 6자회담을 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