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패션시장에서는 최신 유행에 따라 빠른 주기로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의류인 '패스트 패션' 업체 간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H&M(스웨덴) 자라(스페인) 유니클로(일본) 등 글로벌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들이 올해 점포 수를 늘리며 점유율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설 태세다. 이에 맞서 코데즈컴바인 미쏘 TNGT 등 한국형 SPA 브랜드들도 매장 대형화와 점포망 확대를 통해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온다는 전략이다. 제일모직 등 기존 패션업체들도 차별화한 컨셉트의 메가숍 확대를 통해 패스트패션에 맞설 계획이다.

◆패스트패션 전성시대

유니클로 자라 H&M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올해 신규 출점을 통한 외형 확대에 경쟁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유니클로는 2005년 국내 시장에 들어온 이후 매년 40~70% 성장을 거듭했고 지난해에는 53개 매장에서 3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유니클로 수입업체인 에프알엘코리아 관계자는 "올해는 매장 수를 100개로 늘리고 4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8년 국내에 진출한 자라는 전국 주요 상권에서 2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도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을 중심으로 신규 출점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시장 안착에 성공한 것으로 판단한 자라는 가격대가 기존 브랜드보다 20~30%가량 높은 SPA브랜드 '마시모 두띠'도 들여와 지난달 서울 강남역과 신사동 가로수길에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서울 명동에 1 · 2호점을 잇따라 연 H&M은 올해 4개 매장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올 상반기 중 신세계백화점 인천점과 충청점에 각각 대형 매장을 열고 올해 개장하는 복합쇼핑몰 신도림 디큐브시티와 여의도 IFC몰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미국 브랜드 포에버21도 서울 명동에 이어 신사동 가로수길에 2호점을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브랜드의 공격적인 행보에 국내 패션업체들은 한국형 SPA브랜드로 반격에 나선다. 토종 SPA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코데즈컴바인은 지난달 사명을 예신피제이에서 코데즈컴바인으로 변경했다. 코데즈컴바인을 메가 브랜드로 키우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국 20개 대형 매장을 운영 중인 코데즈컴바인은 올해 서울 홍대입구,대구 동성로점 등 10개점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내달 중 시장 변화에 따른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아웃도어와 키즈 등 멀티 라인을 갖추고 신규 고객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오와 미쏘로 패스트패션 시장에 도전장을 낸 이랜드도 최근 조직을 재정비하고 공격 경영에 나섰다. 지난해 11개 매장에서 매출 350억원을 올린 스파오는 올해 점포 수를 32개로 확대하고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미쏘도 올해 점포 수를 12개에서 27개로 늘리고 1000억원대 브랜드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LG패션도 TNGT로 패스트패션 쟁탈전에 뛰어든다. 박석용 TNGT 차장은 "2009년 한국형 SPA브랜드로 리뉴얼한 후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가두매장을 늘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0%가량 늘었다"며 "점포 수를 현재 52개에서 80개 이상으로 늘려 글로벌 브랜드들과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FnC의 여성복 쿠아도 최신트렌드와 소비자 수요에 맞춰 기획부터 생산까지 1~2주 내에 이뤄지는 '반응생산' 비율을 20% 미만에서 40%대로 끌어올려 글로벌 SPA브랜드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차별화 컨셉트의 메가숍 확장 경쟁

지난해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한 제일모직 빈폴은 탄생 20주년인 2009년 선보인 컨셉트 매장 유플랫(Ub)을 확대해 젊은 소비자층을 적극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유플랫 매장은 '젊은 빈폴'을 표방하는 매장으로 현재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입점해 있다. 올해 3개 매장을 추가로 열고 저가의 패스트패션 브랜드에 맞서 기존 빈폴보다 30% 저렴한 '빈폴 유플랫 전용 상품'을 전체 제품의 1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코오롱의 남성복 지오투는 지난해 11월 인천 신포동에 첫선을 보인 메가숍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오투를 총괄하고 있는 이양희 부장은 "최근 가격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브랜드의 직진출이 활발하고 브랜드 컨셉트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초대형 매장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올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방안으로 메가숍을 4호점까지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스포츠도 브랜드 아이텐티티를 강조한 대형 매장을 수도권 중심으로 10개 이상 열 계획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