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경기가 풀릴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면서 그동안 현금보유을 늘려온 미국 대기업들도 돈을 쓰려고 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현재 금융사를 제외한 S&P500지수에 포함된 419개 기업의 보유 현금은 3년 전에 비해 49% 증가했다.최근 들어 이익도 크게 늘어났다.지난해 3분기 미국 전체 기업의 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 보다 26% 증가한 1조6400억달러에 달했다.

보유 현금이 증가한데다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까지 생기면서 기업들은 확대 경영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지난달 마련된 오바마 정부의 세금 감면 혜택에 따라 기업들이 올해 투자하면 100% 세금공제 혜택을 주는 정책도 기업들의 투자 분위기를 살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리 및 세라믹 생산업체인 코닝은 올해 연구개발에 3억달러를 투자하고 박사급을 포함해 100여명의 연구원을 뽑기로 했다.또 중국과 대만 등지에 크리스탈 액정 디스플레이 공장을 건설하는 데 총 8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엔진 메이커인 커밍스도 올해 미국에서만 2500명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다.제너럴일렉트릭(GE)도 연구비 투자를 전년의 40억 달러에서 올해 5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브라질 및 중국 사업을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인텔은 앞으로 2년6개월 동안 반도체 공정 기술 개발에 약 60억∼8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미 대기업들은 주로 아시아,남미 등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따라 글로벌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미국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다소 보수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물론 경기 회복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실업률,환율 급등락 및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은 기업인들에게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이 늘면 기업 순익 증가율은 둔화될 수 있다.바클레이스캐피탈의 딘 마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 기업들의 순익이 전년 대비 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현금이 늘어난 기업 가운데 투자와 함께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키우려는 곳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소비 회복과 함께 기업들이 공격 경영에 들어가면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