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군(17)은 1년 새 훌쩍 컸다. 키가 4㎝ 자랐고 음악적 성취는 이보다 더 컸다.

2009년 11월 일본 하마마쓰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뒤 연주회를 잇달아 열었고 레퍼토리도 다양하게 바꿨다. 지난해 두 차례 일본 독주회를 포함해 미국 러시아 폴란드 등 해외공연에다 국내에서는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서울시립교향악단 협연,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와 대관령국제음악제 연주로 눈코 뜰 새 없었다. 리스트와 라벨 멘델스존 슈만 베토벤 무소르그스키 등의 작품을 연주하며 매번 '음악 영토'도 넓혔다.

"아직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레퍼토리를 넓히고 싶은 욕심이 커요. 최근에는 고전주의 음악에 관심이 많습니다. 베토벤 작품을 잘 연주하고 싶은데 아직 연륜이 부족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요. 그렇다고 무턱대고 덤비려 하지는 않죠.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해요. 연주회 프로그램을 선정할 때는 항상 공부해야 하는 곡을 골라요. 물론 제가 좋아하는 작품,편하게 연주할 수 있는 곡으로 공연을 즐기려고 합니다. "

그는 6일 금호아트홀에서 갖는 신년음악회에서도 자신이 세운 프로그램 선곡 원칙을 따랐다. 베토벤의 '소나타 24번'은 공부해야 할 작품이고 쇼팽의 '녹턴',스크리아빈의 '에튀드'는 좋아하는 곡이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즐기면서 연주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실기 시험을 앞둔 저에게 신수정 선생님(서울대 음대 명예교수)이 '네 음악에서 욕심이 보인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했을 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 그 의미를 조금 알 것 같다"며 "이번 공연에서도 선생님 말씀처럼 연주를 즐기겠다"고 말했다.

그가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배운 것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다. 미술,도자기 굽는 법 등도 배웠고 바이올린도 켜봤지만 결국 피아노 선율에 마음을 빼앗겼다.

"피아노는 앉아서 연습하기 때문에 바이올린 연주보다 편했죠.초등학교 3학년 때 손열음 누나가 성남아트센터에서 가졌던 독주회가 처음 본 공연이에요. 감동 그 자체였죠."

올해도 그의 다이어리는 공연 스케줄로 빼곡하다. 오는 1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연주한 뒤 21일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다. 오는 3월 체코 필하모닉과 일본 순회 공연,6월 LG아트홀 독주회,8월 장한나의 앱솔루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의 협연,12월 일본 독주회 등 지난해에 이어 마라톤 연주회를 갖는다.

그는 2년 안에 유학을 떠날 계획이다. 학교보다는 어떤 스승에게 배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을 많이 하는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이제 첫걸음을 내디딘 것 같아 행복하다"며 "앞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한번에 연주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