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사진)가 TV에서 드라마 상영을 금지하고 공산혁명 이념을 전파토록 하는 등 파격적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농촌체험 의무화에다 혁명가요단 구성까지 공산주의 원리주의자처럼 보이는 그의 시 운영 정책은 내년에 새로 구성될 차기 지도부에 진입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홍콩 언론들은 분석했다.

4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보 서기가 충칭시가 운영하는 충칭TV에 오후 7~11시 황금시간대에 드라마 등 오락프로 상영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중국 공산당의 혁명 유산을 찬양하는 내용의 '홍색문화' 프로그램을 방송하도록 했다. 이 신문은 보 서기가 내년 새로운 최고지도부를 뽑는 당대회를 앞두고 혁명 원로들의 눈에 들기 위해 계산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혁명가요 부르기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마오쩌둥식 사회체험 교육 등을 작년 말부터 실시하며 홍색문화를 전파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보 서기는 중국 혁명 원로 및 고위 간부의 자제들로 구성된 태자당의 대표주자다. 중국의 8대 혁명 원로 가운데 한 명인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의 차남인 보 서기는 2007년 충칭시 서기로 임명된 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조직폭력배와 결탁한 권력을 과감히 처단,충칭뿐 아니라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전문가는 "보 서기는 영어에 능통하며 서방세계에 신사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라며 "그런 보 서기가 시대에 맞지 않는 '공산혁명의 위업'을 선전하는 데 앞장서는 것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 서기는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공산당 제18차 당대회에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반열에 오를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공산당 내 기반이 취약한 게 약점으로 꼽힌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