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수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꿀벌이 미국에서 급속히 사라지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아직 그 이유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고 USA투데이가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를 인용,4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 과학자들은 최근 3년 동안 미 전역을 대상으로 8개 종 꿀벌의 분포 지역과 종의 다양성 그리고 건강 상태 등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4개 종 꿀벌의 숫자가 크게 줄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조사에 참여한 시드니 캐머런 일리노이대 교수는 "4개 종의 꿀벌 숫자는 최근 10~15년 동안 96% 줄었다"며 "이들 벌의 분포범위도 23~87% 작아졌다"고 말했다.

꿀벌은 혀가 길고 날개가 발달해 자연에서 탁월한 수분 매개자 역할을 한다. 농작물의 약 15%가 번식을 이들 꿀벌에 의존하고 있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30억달러에 이른다고 조사팀은 설명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꿀벌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벌집군집 붕괴(colony collapse disorder)'와는 무관하다면서도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벌집군집 붕괴는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들이 둥지로 돌아오지 않아,둥지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새끼 벌들이 몰살당하는 현상을 말한다.

캐머런 교수는 "'노세마봄비'로 알려진 치명적인 진균류의 확산과 유전적 다양성의 한계로 인한 면역력 약화 등이 원인일 수 있다"며 "이 문제를 더 정확하게 규명하려면 기후, 질병, 서식지 파괴,꽃의 감소 등의 상호작용에 대한 복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7년 발행된 국립과학아카데미 보고서는 꿀벌과 같은 수분 매개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줄고 있는 이유로 서식지 파괴,살충제 살포,각종 오염 그리고 양봉농가의 벌들이 퍼뜨리는 질병 등을 꼽았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