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뉴스 메이커] 이재오 특임장관 "포퓰리즘 확산땐 경제 거덜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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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ㆍ의료하자고 하면 세금 얼마나 더 걷어야하나
선진국 되려면 권력분점 개헌을
킹? 킹 메이커? 아직 생각 안해
인터뷰=이재창 정치부장
선진국 되려면 권력분점 개헌을
킹? 킹 메이커? 아직 생각 안해
인터뷰=이재창 정치부장
"무상급식 · 무상의료 등 포퓰리즘 정책은 표를 얻는 데 도움될지는 모르지만 나라 경제가 거덜날 수 있다. "
현 정권 2인자로 통하는 이재오 특임장관(65)은 지난 주말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올해 정치권이 극심한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건강보험이 1년에 1조3000억원 적자고 5년 뒤면 7조원이 적자다. 그런데 정치권이 무상급식,무상의료 등을 하자고 하면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세금을 걷으라는 얘기냐"고 비판했다. 그는 "포퓰리즘으로 국론이 쪼개지면 나라가 거꾸로 간다"고 우려했다. 그는 "선진국으로 가려면 권력을 분점해야 한다"며 개헌론 확산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 안되면 전부 잃는 구조 바꾸자"
이 장관은 재기에 성공한 뒤 특유의 90도 인사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이 장관은 "이제 90도 인사는 생활이 됐다"며 "야당할 때는 투쟁으로 뭔가를 얻으려고 했는데 여당이 돼 (총선에서) 떨어져보니 세상의 눈,국민의 눈으로 정치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제는 투쟁의 시대가 아니다. 섬김의 정치,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정치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철학이 바뀌니 자세가 낮아질 수밖에…"라고 했다.
"정치가 시대의 흐름을 못 따라간다"고 '일침'을 놓는 그에게 낡은 정치를 바꿀 복안에 대해 물었다. "선진국이 되려면 청렴해야 하고 청렴하려면 권력의 집중을 막아야 한다. 권력이 모이면 부패가 생기니까. 그러니 권력을 나눠야 하고 그러려면 개헌할 수밖에 없다. 올해 화두는 개헌으로 돌아갈 것이다. "
그의 지론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이다. 국방 · 외교 · 통상 등 외치(外治)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민생 · 복지 등 내치(內治)는 국회에서 꾸린 내각이 각각 책임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권력을 전부 얻고 안되면 전부 잃는 이런 (권력) 구조는 더 이상 안된다. 올 상반기에 개헌을 못하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 밖으로 밀려났을 때 세계 각국의 권력구조를 두루 살펴봤다고 한다. 그는 가장 깨끗하고 청렴한 나라 1위부터 20위까지 대통령제 국가가 하나도 없다는 점과 2012년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 · 일 · 중 · 러 등 한반도 주변국들이 모두 권력교체기에 들어가는 만큼 대통령이 외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꼽았다.
◆"朴 언제 만날지 더 이상 묻지 마라"
개헌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선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3분의 2,즉 20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한나라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의 협조가 필수조건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최근에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 장관은 대뜸 "이제 그런 질문은 하지 마라.만나게 되면 만나는 거지,왜 자꾸 의미를 두나. 그런 질문하면 앞으로 인터뷰를 안하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박 전 대표와의 만남에 자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공연히 갈등을 만들지 말아달라"고 했다.
◆"킹이냐 킹메이커냐는 아직은 모른다"
일각에선 이 장관의 개헌 설파가 대권 플랜과 맞물려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에게 조심스레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것이 어떠냐'고 묻자 "사람들이 자꾸 킹이냐,킹메이커냐고 묻는데 지금은 차기를 염두에 두고 정치하지 않는다. MB정부가 성공하는 게 우선"이라고 피해갔다.
'박 전 대표가 최근 국가미래연구원을 발족시키며 대선전이 조기 점화되는 분위기 아니냐'는 질문에 이 장관은 "정치하는 분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최근 세입자를 위한 권리보장 공청회를 열고 임대아파트 확충을 위한 주택정책을 제시했다. 다분히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에 대응하는 아젠다로 보인다. 그는 "어려운 사람들이 자기 지역을 안 떠나고 살려면 임대아파트를 늘려야 한다. 용적률을 높이고 층수제한을 조정하면 지역 재개발 때도 어려운 사람들이 지역을 떠나 헤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안 변한다면 그냥 갈 수밖에"
이 장관은 요즘 이 대통령을 가장 많이 만나는 인사다. 지난 연말 부처업무보고에도 한 번 빠지지 않고 대통령 곁을 지켰다. 하루에 세 번 볼 때도 있었다. 그는 극도로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해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거나 자기판단이 오판이었다는 것을 알 때까지는 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이 저러는 한은 당분간 긴장국면이 계속 갈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을 놓고 벌이는 '이전투구'에 대해서는 "과학 · 체육시설 등 정말 보충할 것이 많은데 형편 되는 사람까지 한꺼번에 할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어려운 사람이나 저학년부터 우선 실시하는 '단계적 무상급식'안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했다. 학교 체벌금지 문제로 인한 혼란과 관련해서는 "유급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졸업자격 미달이면 유급하도록 자율과 기강을 함께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당의 리더십이 흔들린다'는 여론의 지적을 놓고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언제쯤 나설 생각이냐'는 직설적인 질문에는 "특임장관 하기도 바쁘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 장관은 "올해 국민소통,국민화합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리=이준혁/사진=김영우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