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급격한 임금 인상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 당혹감을 넘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의 베이징시는 올해부터 월 최저임금을 960위안에서 1160위안으로 무려 20.8% 올리기로 했다. 작년 6월 20%를 인상했으므로 6개월 만에 40%가 오른 셈이다. 다른 지역으로도 임금 인상이 확대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임금 수준을 물가와 연동시켜 저소득층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임금 인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역설적으로 중국의 급격한 임금 인상은 중국 경제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중국 경제는 확대되는 빈부격차 때문에 사회통합과 체제 존립이 위협당하고 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파업도 전과 달리 심상치 않다. 이런 상태에서 중국이 추구하는 조화사회(和諧社會)의 건설은 공염불일 것이다.

중국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수출 위주에서 내수 위주로 성장패턴을 바꾸고 있다. 농촌지역의 구매력를 높이기 위해 자동차,가전제품에 대해 세제혜택을 부여했다. 농촌 출신 근로자인 농민공(農民工)의 소득 향상도 필요했다. 임금 인상은 농민공뿐만 아니라 도시 근로자들의 구매력을 높이는 데 좋은 방법이다.

중국에는 산업구조의 일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인건비 상승은 기술과 자본에 의존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이행을 촉진시킨다. 저렴한 인건비에 의존하던 산업은 낙후지역으로 이전시킨다.

중국의 임금 인상은 수출경쟁력을 하락시켜 수출을 줄일 수도 있다. 이는 중국 경제에 해로운 것 같지만 실상은 넘쳐나는 외환보유액을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울러 중국의 수출품을 기술함량이 높은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바꿔 중장기적으로 중국경제를 보다 건실하게 만들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 경제는 분출하는 민주화 요구와 함께 급격한 임금인상과 노사분규를 겪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의 많은 노동집약적 산업들은 저임금과 각종 혜택을 찾아 중국으로 진출했었다. 이는 임금 인상에 대응한 우리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기업과 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뼈를 깎는 고통의 과정을 보냈다. 급격한 임금 인상에 직면해 이런 10년간의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오늘날 한국의 많은 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더욱 강한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중국 역시 비슷한 과정을 시작하고 있다. 중국은 높은 임금 상승에 적응해 기업과 산업의 구조조정을 보다 빨리 진행할 것이다. 중국의 급격한 임금 인상은 우리 기업에 인건비 따먹기 식의 진출은 끝났다는 점을 확인시킨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의미는 중국의 산업과 기업구조조정이 가져올 중국 경제의 업그레이드와 한국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은 '예견된 위기'나 다름없다. 예고된 위기는 더 이상 위기가 아니다. 중국의 급격한 인건비 상승에 따른 중국의 산업재편 과정을 잘 활용해야 한다.

우선 중국의 내수시장에서 중국 기업으로 살아 남는 게 시급하다. 올림픽 이후 고급화,다변화하는 중국 소비자를 공략하는 게 관건이다. 임금 인상으로 확대된 중국의 구매력은 고급 소비재,유통,생활편의,보험,의료,자동차 등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농촌지역의 구매력 증가는 이를 더욱 확산시킬 것이다.

또한 중국의 산업고도화 과정에서 고급 자본재,소재,부품에 대한 수요가 촉발될 게 틀림없다. 이는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한국 기업엔 더 좋은 수출 여건과 중국 진출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 중국 기업에 추격당하는 경쟁 과정에서도 보다 고급 기술분야에서의 시장확대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방위적인 중국 기업과의 경쟁 격화에 대응해 지속적인 기업혁신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박승록 < 한국경제硏 선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