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증권가에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팽팽하다. 서로 업계 1위를 자처하고 나서는가 하면 일부 증권사는 계열사 지원에 힘입어 급성장하는 등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4일 작년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운용관리 기준)이 1조382억원을 기록해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2009년 말 4000억원 수준에 그쳤지만 적극적인 영업에 힘입어 적립금 규모가 2배 이상으로 커졌다"며 "계열사 지원 없이 차별화된 서비스와 컨설팅 능력으로 달성한 것이라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래에셋이 퇴직연금 성과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하루 전 HMC투자증권이 "작년 말 퇴직연금 적립금이 1조2600억원으로 업계 최초로 1조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한 데 자극받은 것이다. HMC투자증권은 작년 10월만 해도 적립금 1630억원으로 업계 8위에 그쳤지만 최근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의 퇴직연금을 유치하면서 단숨에 1위로 등극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부동의 수위'를 지켜온 미래에셋이 2위로 밀리자 "계열사 도움을 받지 않은 진정한 1위는 우리"라며 맞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인 하이투자증권의 상승세도 무섭다. 작년 10월 22억원에 불과했던 하이투자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 3일 현대중공업 자금을 유치한 덕분에 4842억원으로 급증했다. HMC투자 미래에셋 삼성(5043억원)에 이어 4위로 껑충 뛰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영업 시 자금유치 실적과 외형이 중요한 무기가 된다"며 "기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