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오지(奧地)일까,아닐까. 요즘 인도 뭄바이 주재원들 사이에 때아닌 '오지 논란'이 뜨겁다. 정부와 기업들이 상반된 판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는 조만간 인도를 오지(특수지)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발표하고 지난 1일자로 소급 적용할 방침이다. 반면 민간 기업들은 거꾸로 인도를 오지에 포함시키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부터 인도를 특수지로 분류,주재원들에게 특수지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지 사정을 들어보니 인도는 오지에 가깝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창희 현대중공업 인도사업부장은 "인도에서 8년간 일하며 말라리아에 두 번이나 걸렸다"며 "이곳에 출장왔던 본사 임원은 귀국하면서 '생명보험에 꼭 들라'고 신신당부하더라"고 전했다. 2008년부터 인도에서 근무한 이종래 고려해운 사무소장은 지난해 담석 제거수술을 받았다. 이 소장은 "인도의 물에 석회성분이 많아 담석이 자주 생긴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인도 주재원들의 이 같은 어려움을 인정했다. 외교부 재외공관담당관실 관계자는 "인도는 오지와 탈(脫)오지 경계선에 있는 지역"이라며 "생활의 불편이 큰 만큼 해당 지역 근무자들은 오지 제외조치에 대해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외교부가 인도를 오지에서 제외한 이유는 뭘까. 지난해 1월 3박4일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한 마디 때문이란 게 현지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인도가 특수지로 분류돼 있다는 말을 듣고 "인도가 무슨 오지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특수지 분류 지역을 99개에서 55개로 줄이는 과정에서 인도가 제외됐다"며 "대통령의 지적이 특수지 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인도가 오지에서 제외됨에 따라 인도 주재 외교관은 물론 공기업인 KOTRA 주재원들까지 특수지 수당을 올해부터 못 받게 됐다. 민간 기업 관계자는 "대통령이 짧은 방문 일정에 오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그런 시시콜콜한 점까지 언급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힘든 환경에서 일하는 공관과 KOTRA 직원들의 사기만 저하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노경목 증권부 기자=뭄바이(인도)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