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늘던 외국인 보유채권 잔액이 지난달 6조원 넘게 감소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태국 등 아시아 투자자에 이어 글로벌 채권형펀드에서도 돈이 빠져나가는 등 외국인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 잔액은 작년 11월 말 80조1100억원에서 지난달 말 73조9868억원으로 한 달 만에 6조1232억원 급감했다. 외국인 보유채권 잔액은 작년 6월 1조원가량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2009년 5월 이후 17개월 연속 늘었다. 지난해 11월엔 사상 처음으로 8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잔액 감소액이 2008년 10월(7조5400억원) 이후 최대를 기록하자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채권시장으로 유입됐던 대규모 외국인자금이 본격적으로 빠져나갈 경우 금리상승(채권값 하락)은 물론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일구 대우증권 채권분석부장은 "최근 2년간 지속적으로 돈이 들어왔던 글로벌 채권형펀드에서 지난달부터 유출이 시작됐다"며 "전 세계적으로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는 점이 한국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 미국 채권형펀드에는 2009년 1월 이후 작년 11월까지 23개월 연속 자금이 유입됐지만 지난달에는 처음으로 1462만달러가 유출됐다.

김 부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채권형펀드에서 나타나는 환매 움직임이 1분기 이상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국내 채권금리가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고,유럽발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로 달러화가 단기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점 역시 당분간 외국인들의 한국 채권 매수를 제한하게 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