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군단의 모든 대원은 소총 포함,완전무장하고 15분 안에 1마일을 구보할 수 있어야 한다. '뚱뚱한 선임장교 한 명이 낄낄거렸다. 장군이 고함쳤다. '장교와 사병,참모와 지휘관 등 전 대원은 1마일을 구보한다. 30분 안에 현 위치에서 출발한다. 내가 선두에 선다. '"

2차 세계대전 중 유럽과 북아프리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조지 S 패튼 장군(1885~1945)이 1942년 1월15일 미국 캘리포니아 인디오의 사막훈련센터 사령관으로 부임했을 때의 일화다. 그는'지휘관은 지휘를 한다'며 지휘의 첫째 규칙으로'책임자다운 행동'을 꼽았다.

우리의 경우 평시 체제가 오래 지속된 탓인지 군 전체,특히 고위층의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소리가 높다. 하급자가 경례하면 차렷 자세로 받고 항시 인식표를 착용하고,방탄모 턱끈도 매는 미국 장성과 달리 우리 장군들은 턱끈은커녕 인식표도 착용하지 않는 수가 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강군(强軍) 육성보다 진급에 불리한 '사고 예방'에만 신경 써 '화장실에 갈 때도 2명 이상 움직여라' '뛰어내릴지 모르니 옥상은 잠가둬라''목 매달면 안되니 야전상의는 줄을 제거하고 지급하라'같은 지침이 전파돼왔다는 마당이다.

어디 그 뿐이랴.체력단련장이란 이름으로 전국에 30개 306홀이나 되는 군 골프장이 있는데도 장성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남성대 골프장이 위례신도시에 편입되게 되자'비슷한 거리의 대체 골프장을 구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사회 전반의 변화에 아랑곳없이 요지부동인 듯하던 장군단이 마침내 개혁의 시동을 걸었다는 소식이다. 장군의 상징이던 승용차 '성판(星板)'을 떼고,지퍼 달린 장군용 신발 대신 끈 매는 장병용 전투화를 신기로 했다는 것이다.

승용차의 별판과 지퍼 전투화 모두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것들이다. 남의 눈에 확 띄는 별판을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았다는 것도 그렇고,병사들에겐 신고 벗기 힘든 끈 매는 전투화를 지급하면서 장군들은 편리한 지퍼 전투화를 신었다는 것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패튼 장군에 따르면 성공적인 군대의 3대 요소는'신속 · 간결 · 과감'이다. 장군들이 지퍼 전투화를 벗을 게 아니라 장병들에게 신고 벗기 쉬운 지퍼나 찍찍이 혹은 나사로 쉽게 풀고 조일 수 있는 전투화를 줘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한다면 너무 엉뚱한 건가.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