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중점 관리해온 'MB물가'품목이 대부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배추 무 마늘 등 주요 채소류의 가격은 3년이 안 되는 사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때와 비교해 가격이 떨어진 품목은 쌀 밀가루 휴대폰요금 등 세 가지밖에 없었다.

MB물가는 주로 저소득층의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이어서 물가 상승으로 서민층의 부담이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4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MB물가를 구성하는 52개 품목 중 29개 품목의 가격이 이 대통령이 취임한 2008년 2월 대비 10% 넘게 올랐다. MB 물가 구성 항목 중 과반수의 품목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9.9%)을 웃돈 것이다.

지난해 12월 52개 품목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도 4.0%로 같은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5%)보다 높았다.

MB 물가는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 중점 관리를 지시한 52개 품목으로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물가 상승폭이 커지자 이들 품목에 대한 24시간 가격 감시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MB물가 품목 중에서도 채소류의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무 가격은 2008년 2월보다 94.8%나 올랐고 마늘은 85.3%,배추는 55.3% 상승했다. 화장지(23.4%) 세제(18.0%) 샴푸(16.7%) 등 생활용품 가격도 3년간 10% 넘게 올랐다. 학교 납입금(10.9%) 학원비(10.1%) 등 교육 관련 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경유(9.8%) 휘발유(8.1%) 등유(15.9%) 등 석유류 가격도 크게 올랐고 빵(18.9%) 우유(31.0%) 돼지고기(18.5%) 등 식품류와 바지(9.9%) 등 의류,전 · 월세를 포함한 주거비(5.8%) 등 의식주에 걸친 모든 가격이 올라 서민 살림살이를 압박했다.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도시가스요금(13.1%) 시외버스요금(8.8%) 시내버스요금(2.2%) 전기요금(2.0%) 상수도요금(1.1%)도 일제히 올랐다. 지난 3년 사이 가격이 내린 품목은 이동전화통화료(-3.1%) 쌀(-5.5%) 밀가루(-19.9%) 등 3개 품목에 불과했다.

2008년의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상승,지난해의 기상 이변에 따른 채소류 값 급등 등이 MB물가 상승의 일차적인 원인으로 분석되지만 경제 규모가 크고 시장 개방도가 높은 상황에서 가격 감시를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정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물가 파급 효과가 큰 몇 개 품목으로 관리 대상을 줄이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주문했다.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왕 정부가 물가를 관리하겠다면 대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낫다"며 "석유류 등 연쇄적인 물가 상승을 일으키는 품목의 가격 동향을 집중 감시해 이들 품목의 가격 상승이 다른 품목으로 옮겨붙는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정부가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면 성장을 둔화시켜 서민 생활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