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선 수업료는 물론 교재비,학습준비물까지 대부분의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한다. 무상급식은 기본이고 학교와 집이 5㎞ 이상 떨어진 경우 교통비도 대준다. 직업 교육도 공짜다. 형식적인 게 아니라 기술과 지식을 제대로 가르치기 때문에 한 해 50여만명씩 이수할 정도로 인기다. 사교육비도 거의 없다. 먹고 입는 비용만 들이면 되니 자식 키우기가 얼마나 수월할까.

잘사는 나라라고 모두 핀란드 같은 건 아니다. 미국만 해도 중산층 가정의 자녀 양육비로 17세까지 평균 22만달러(약 2억4600만원)가 들어간다는 농무부 통계가 있다. 여기에 대학등록금을 더하면 액수는 훌쩍 올라간다. 그렇게 대학까지 가르쳐도 부모에게 기대는 '부메랑 키즈(kids)'가 한둘이 아니란다. 자식이 함께 살겠다고 하면 냉큼 받아들이지 않고 언제 어떻게 독립할 것인지 서면 약속을 받아놓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일본도 간단치 않다. 비싼 물가에 가르치고 먹이고 입히다 보니 노후 대비를 제대로 못하는 부모가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졸업 후 부모에 얹혀 놀고먹다 연금을 가로채는 일도 벌어진단다. 자식 사랑이 유별난 중국에서도 출산 기피 풍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양육비가 치솟아 애써 벌어봐야 자식 하나 키우기도 버겁기 때문이다. 스팩 좋은 젊은이들 중엔 결혼을 미루고 '단신귀족'의 삶을 누리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자식은 애물단지요,무자식 상팔자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는 걸 일찌감치 알아차린 거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졸업까지 자녀 한 명 키우는데 2억6000만원이 든다는 보건사회연구원 조사결과가 나왔다. 사교육비는 포함됐으나 휴학 재수 어학연수 등의 비용은 제외된 액수다. 영아기,유아기 각 3년 동안엔 3000만원 미만이지만 초등학교 6300만원,중학교 3535만원,고등학교 4154만원,대학교 6811만원씩 들어간단다. 가구당 평균 자산이 2억7268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자식 키우는 데 그야말로 등이 휠 판이다. 보사연도 부모들이 자녀 양육에 과중한 책임을 지고 있어 저출산의 주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무한책임 진답시고 쉴틈없는 사교육에 과보호를 하다 보면 졸업 후에도 부모에게 빌붙는 나약한 자식이 되기 쉽다. 진짜 사랑은 제 몫을 하도록 독립심을 키워주는 거란 사실을 깨닫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