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라 워커힐 동화 등 주요 면세점 업체들이 일제히 서울시내 면세점 확장 공사에 들어간다.

중국 관광객이 밀려들고 있는 데다 해외여행에 나서는 내국인도 늘면서 면세점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업계는 올해 면세점 매출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작년(4조800억원)보다 20% 이상 늘어나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은 새로 확보한 장소에 글로벌 명품 브랜드,BB크림 및 국산 화장품,정관장을 비롯한 토산품 등을 들여 내국인은 물론 중국 · 일본의 '큰손'을 유혹한다는 전략이다.

◆면세점 확장 경쟁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9~10층에 입점한 소공점(현 면적 7700㎡)과 잠실 롯데월드점(4100㎡)을 각각 1650㎡가량 확장하기로 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최근 빌딩주인 롯데백화점과 협의를 거쳐 현재 식당가로 운영하고 있는 본점 11층 1650㎡ 부지를 확보했다"며 "오는 6월께 공사에 들어가 하반기 중 문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 일본 관광객 덕분에 면세점 매출이 급증하자 상대적으로 효율이 낮은 백화점 식당가를 전환키로 한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이곳에 명품 브랜드와 국산 화장품 등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롯데월드점도 1650㎡가량 늘려 내년 중 오픈할 예정이다.

광화문에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동화면세점도 오는 3월께 확장 공사에 들어간다. 올 여름 공사가 마무리되면 매장면적은 3470㎡에서 5220㎡로 50% 늘어난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명품 브랜드 매장을 넓히는 동시에 현재 입점하지 않은 유명 브랜드를 들여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워커힐호텔도 3762㎡인 광장동 면세점 규모를 8400㎡로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내달 공사에 들어가 연말께 문을 열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소공점에 맞먹는 크기로 확대하는 만큼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대거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신라호텔도 장충동 면세점 지하 660㎡ 공간을 매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면세점 매출 5조원 시대 예고

업체들이 앞다퉈 매장 확대에 나선 것은 면세점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를 염두에 둔 것이다. 2007년 2조2800억원 안팎이던 면세점 매출은 매년 20%가량 늘어 작년에는 4조원을 넘어섰다.

면세점 업계는 올해 '연 매출 5조원 시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인의 한국 관광이 본격화하고 있는 데다 달러 대비 원화 강세로 내국인의 해외여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롯데면세점의 중국인 매출은 2009년 12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8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고,내국인 매출은 8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25% 상승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중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겠다'며 500만~1000만원짜리 시계를 3~4개씩 한번에 사가는 큰손들이 수두룩하다"며 "현재 12% 수준인 중국인 매출 비중이 올해는 20%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면세점 면적이 늘어나는 것도 5조원 시대를 여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각 업체들이 시내 면세점을 늘릴 뿐 아니라 3월부터는 김포공항 면세점 면적도 396㎡에서 819㎡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6월께 '명품의 황제'로 불리는 루이비통이 인천공항에 둥지를 트는 것 또한 매출 확대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원화 대비 위안화와 엔화 강세가 지속될 전망인 데다 '한류 붐'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 일본인 입국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여기에 해외여행에 나서는 내국인도 증가할 전망이어서 연 매출 5조원 돌파가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