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경남은행의 '4000억원대 금융사고' 수사결과를 발표하기 한 달 남짓 전인 지난해 11월30일.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형사법정에서는 같은 은행 서울지점의 전 구조화신탁팀 차장 조모씨(41)에 대한 선고가 있었다. 조씨는 고객을 특정금전신탁에 가입시켜줄 것처럼 속여 3억5000만여원을 입금토록 한 뒤 돈을 빼돌린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나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범행 과정에서 컴퓨터로 위조한 신탁계약서를 작성하고 서울지점 명의의 도장을 무단으로 날인하기도 했다. 4000억원대 금융사고와 이 사건 모두 특정금전신탁이 범행의 단초였다.

특정금전신탁이 금융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5일 "특정금전신탁 비리가 경남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에서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남은행보다 더 큰 규모의 금융사고가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정금전신탁은 금융기관이 예탁받은 고객 자금을 고객이 지정한 조건에 따라 운용한 후 수익을 배당하는 상품이다. 개인이 혼자 가입하는 단독펀드로 보면 된다. 이 상품은 원칙적으로 은행이 관리책임만 있고 손실을 부담하지 않는다. 또 전문가가 아니면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로 복잡해 윗선의 감시나 감독이 허술하다는 것이 검찰의 지적이다.

검찰은 그간의 사건 유형상 특정금전신탁과 관련된 비리가 앞으로도 계속 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례는 많다. 경남은행 4000억원대 금융사고에서는 이 은행 전 구조화금융부 부장과 과장이 위조된 은행장 명의의 확약서로 기업들로부터 특정금전신탁 자금을 끌어들여 유용하다 적발됐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12월 지점장의 특정금전신탁 비리가 드러나 금융위원회로부터 해당 지점에 대해 3개월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 지점장은 높은 금리로 795억여원의 예금을 유치한 후 만기에 예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자 예금주를 안심시키기 위해 차주가 은행과 특정금전신탁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다 적발됐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