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산업의 전망과 진로' 좌담회] "하나, 외환銀 인수 시너지 효과 … 글로벌 시장 공략 기반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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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하영춘 경제부 금융팀장
◆ 참석자
▶강병호 기업지배구조센터 원장(한양대 교수)
국내 은행산업이 가장 낙후 … 4대 금융그룹이라 하지만 국제 기준으로 보면 왜소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 학장
은행장 자주 바뀌면 혼란, 장기 성장 위한 지배구조 취약 … 핫머니 유입 대응책 세워야
▶권영준 경희대 경영대 교수
포스코 성공사례서 보듯 우리금융 민영화 국민주 방식 고려할 만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저축은행 부실 문제, 실상부터 확실하게 파악 … 증자·M&A 원칙대로 처리
금융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금융산업이 확실한 '4강체제'로 재편되면서 한 단계 도약할 계기를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벌화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에 대해선 국민주 방식도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작년 신한금융 내분사태를 계기로 은행 소유구조와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깊이 있는 검토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이 5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한국 금융산업의 전망과 진로'라는 주제로 개최한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이 밝혔다. 좌담회에는 강병호 기업지배구조센터 원장(한양대 교수),박상용 연세대 경영대학장,권영준 경희대 경영대 교수,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좌담회는 하영춘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금융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사회=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작년만큼 금융권에 이슈가 많았던 해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금융산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이슈나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강병호 원장=제도상의 개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도 관심이고요. 저축은행 개혁도 주목해야 할 듯합니다. 작년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사태에서 봤듯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혁 등도 이슈가 될 것으로 봅니다.
▼박상용 학장=금융시장을 보면 글로벌 차원에서 큰 위기가 한 차례 더 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현재 미국의 양적완화로 인해 핫머니가 들어와 유동성 장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만,미국이나 유럽 경제가 한번 휘청거리면 한국 경제의 거품도 꺼질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금융산업에서는 금융회사들이 장기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갖추는 게 필요합니다. 현재 시중은행장은 2~3년에 한 번씩 바뀌면서 혼란이 반복되고 있지 않습니까.
▼권영준 교수=감독당국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관련된 의혹의 경우 금융당국이 1년 동안이나 방치했습니다. 정치권에서 개입할 조짐이 보이자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금융당국이 독립적으로 감독정책을 펴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윤석헌 교수=금융은 실물경제보다 천천히 가야 합니다. 위험관리 역할을 잘해야 한다는 거죠.이를 위해선 감독당국이 금융을 실물경제의 수단으로 보지 않는 게 필요합니다. 금융권에서는 중소기업대출 및 가계대출의 위험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키로 했습니다. 긍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외환은행은 외환업무 및 수출입금융에서,하나금융은 가계 및 기업금융에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중복점포도 없어 구조조정을 거의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는데요.
▼권 교수=시중은행 중 외환은행의 임금이 가장 높습니다. 하나은행은 가장 낮은 수준이죠.그러다보니 노조가 반발합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죠.국내 금융회사인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건 잘했다고 봅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경영하는 동안 투자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윤 교수=하나은행은 소매금융,외환은행은 외환결제,기업금융,수출입금융 등에 강점이 있습니다. 둘이 합칠 경우 위험분산이 잘 이뤄집니다. 괜찮은 결합이죠.인수발표 후 하나금융 주가가 오른 것을 보면 시장에서도 시너지가 상당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박 학장=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결합하면 국제분야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외환은행은 국제부분에 대한 노하우 인력 조직을 갖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대부분 내수 지향적입니다. 하지만 '하나+외환'의 결합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큰 딜을 하려면 금융회사의 자금공급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두 은행이 결합하면 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권 교수=좋은 말씀입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당분간 독자 경영하겠다고 하는데 외국인 행장을 선임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합니다. 그러면 외환은행 직원들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까요.
▼강 원장=시너지나 국내 금융산업 발전 등을 감안할 때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키로 한 것은 아주 긍정적입니다. 국내 산업에서 글로벌 기준으로 볼 때 제일 낙후된 분야가 은행업입니다. 4대 금융그룹이라고 하지만 국내에서 4대이지 국제 기준에서 보면 아직 미미한 수준입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회=은행 산업은 이제 명실상부하게 '4강 체제'가 됐습니다.
▼윤 교수=균형이 맞춰져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국내 금융산업도 발전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규모의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이는 곧바로 쏠림현상으로 이어집니다. 공격형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결국 누가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관리 기능을 더 갖추고 있느냐 등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권 교수=시스템적으로 보면 리스크는 더 커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경쟁격화로 경영이 실패하면 그만큼 금융산업과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테니까요.
▼사회=우리금융의 민영화가 일단 실패했습니다.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일까요.
▼권 교수=현실적인 방안으로 국민주 방식도 나쁘지 않습니다. 국민주 방식의 성공사례인 포스코도 잘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차피 공적자금으로 살린 은행인데 국민에게 좀 싸게 배분해주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박 학장=전에는 정부가 왜 꼭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아야 하느냐.국민주 방식으로 해도 되지 않느냐는 식의 주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신한사태를 보면서 과연 소유권 없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한 건지 의문을 품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재벌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문제가 많습니다.
▼강 원장=과점주주 방식,국민주 방식 등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소유구조 문제도 같이 다뤄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금융당국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금산분리) 패러다임에 지나치게 경도돼 있는 것 같습니다. 차제에 은행 경영진을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소유구조가 무엇인지도 논의해야 합니다.
▼윤 교수=공적자금이 투입된 지도 1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정리를 해야 합니다. 민영화가 늦어질수록 우리은행만 피해를 봅니다. 다만 절차가 투명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국민주 방식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자본시장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나머지 문제는 지배구조를 확실히 해서 해결하면 될 것으로 보는데요.
▼사회=지배구조를 말씀하셨는데요. 작년 신한사태 때도 지배구조가 문제됐습니다. 은행들의 바람직한 지배구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 교수=사외이사에게 책임과 권한을 더 줘야 합니다. 사외이사가 아니라 비상임이사 수준으로 강화해야 하는 거죠.그동안의 문제점을 보완해 한국적인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박 학장=현행법상 사외이사가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권한이 있습니다. 사외이사가 권한을 행사하려면 지금도 할 수 있다는 얘기죠.그런데 그렇게 안 됩니다. 꼭 제도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강 원장=사외이사의 독립성이 보장되려면 먼저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선임하는 사람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유능하고 독립성이 있는 사람이라도 임명 주체에 대해 강력한 반대를 할 수 없는 거 아닙니까. 결국 지배구조가 독립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감독당국과 소비자 소액주주 등 외부 감시가 이뤄져야 합니다. 감독당국의 정치적 독립이 필수적인 것은 물론이고요.
▼박 학장=결국 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감시하는 곳은 시장입니다. 시장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전문가들에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사회=올해 특히 주의해야 할 리스크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강 원장=금융 규제는 그동안 약화와 강화를 반복해 왔습니다. 그동안 너무 완화 기조였기 때문에 최근 들어와 그런 부분에 대한 경각심이 일고 있고요. 특히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규제도 강화하고 구조조정 차원에서 강도 높은 해결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봅니다.
▼윤 교수=저축은행 부실문제의 경우 실상 파악부터 확실하게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원칙과 룰대로 처리해야 합니다. 증자가 필요하면 증자시키고 인수 · 합병(M&A)이 필요하면 해야 합니다.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권 교수=저축은행도 서민금융으로 허락을 받은 건데 건설회사와 정치꾼들이 결탁해 이 지경이 됐습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공적자금으로 때우려고 하는 건 범죄입니다. 감독당국이 부실 책임을 물어 일벌백계해야 합니다.
정리=이호기/사진=신경훈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