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저축은행 부실 해소 정책 방향 이미 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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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축은행 M&A 물꼬 트이나
우리ㆍKBㆍ신한ㆍ하나금융, 부실 저축은행 인수 의사 밝혀 … 정부도 해묵은 과제 해결 의지
우리ㆍKBㆍ신한ㆍ하나금융, 부실 저축은행 인수 의사 밝혀 … 정부도 해묵은 과제 해결 의지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의 이팔성 회장이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권 신년 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도 "저축은행 부실 문제에 주요 그룹 동참해야" "서민금융시장 진출 검토" 등의 입장을 내놓았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채권 해소를 위한 정책 방향이 이미 서 있다"고 말했다. 이날 나온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정부가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을 통해 저축은행을 클린화한 다음 4대 금융지주사들이 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돼온 저축은행의 경영 불안을 이번에 끝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저축은행 인수 · 합병(M&A) 활기 띨 듯
이 회장은 부실 저축은행을 3곳 이상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금융그룹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저축은행 인수가) 1~2개는 넘어서야 하지 않겠느냐"며 "(어느 회사를 인수할지는) 시장에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단 서민금융시장에 진출하는 만큼 일정 사이즈 이상으로 해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둬야 하고 여러 지역에 걸쳐 전국적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한다"며 "우선 3~4곳으로 시작하겠지만 가능한 한 많은 네트워크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부실 저축은행 인수가 단순히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공공적 역할이 아니라 비즈니스 차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틈새시장을 발굴할 수 있는 저축은행업에 진출하는 것"이라며 "비즈니스에 맞지 않으면 안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실사해서 정부가 부실 저축은행의 순자산 부족분을 보전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잘나갈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만 지금은 저축은행들이 위기에 빠져 있어 좋은 비즈니스 기회"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확보하고 서민금융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이날 부실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명,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부실 저축은행 50여곳
PF 부실로 고정이하여신비율 8% 이상,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 미만인 비우량 저축은행은 작년 6월 말 현재 50여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 조치를 받은 곳 중 자산규모 1조원 이상인 대형사들은 중앙부산 삼화 등 2곳이다.
정부는 예금보험공사법 개정을 통해 예금보험기금 중 은행 보험 증권 등 타업권의 기금 일부를 공동계정으로 만들어 저축은행 부실 정리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부실 저축은행 클린화 후 금융지주회사들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저축은행 부실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그동안 우량 저축은행의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했으나 우량 저축은행이 인수 후 동반 부실에 빠지는 등 문제가 있었다.
◆당국-은행권 '사전교감' 시사
이날 행사 뒤 기자들을 만난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이 저축은행 인수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전적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후 주요 금융권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며 사전 교감이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또 "금융권 인사들도 저축은행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되면 안 된다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며 다른 금융지주들이 동참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앞서 "정부가 나름대로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고 기본 방향은 이미 결심이 서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저축은행 PF 부실 해소를 위해 정부가 조기에 모종의 조치에 나설 것임은 물론 금융위가 경제 위험요인으로 지목한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도 적극 대응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재형/이상은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