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셰익스피어가 곧 햄릿이요, 햄릿은 곧 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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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읽어주는 남자 | 안병대 지음 | 명진출판 | 283쪽 | 1만7000원
런던에 흑사병이 창궐했다. 재앙은 안개처럼 도시를 뒤덮었다. 템스강은 시체로 가득찼다. 1594년 셰익스피어는 어둠의 시기에 대본을 쓰느라 늦도록 불을 밝혔다. 그는 선과 악이 끊임없이 갈등하는 불완전한 세계와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았다. '이 시대는 온통 어그러져 있어! 오,저주받은 운명이여! 내 그것을 바로 잡을 운명을 지니고 태어나다니!(햄릿 1막 5장 188행)' 사람들은 글로브 극장에서 고통스런 삶을 비극으로 위로했다.
《셰익스피어 읽어주는 남자》는 인생을 화두로 내세워 그의 4대 비극을 분석한다. 저자는 20대 초반 《햄릿》을 통해 처음 셰익스피어를 만난 후 30년 동안 그를 연구한 전문가다. 교수로 일하면서 직접 연극 무대에 배우로 출연했다. 그래서일까. 무거운 주제인데도 객석에 앉아 무대를 보는 것처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햄릿은 자신이 지게 된 가혹한 운명을 번민하지 않을 수 없다. 햄릿의 영혼이 그의 목소리에 실려 너울거린다. 라르고에서 시작된 선율은 라르게토,아다지오,안단테,알레그레토로 옮겨 다니며 슬프고 무겁게 낮아졌다가 다시 고양되면서 땅으로 하늘로 울려 퍼진다. 번민에 찬 햄릿이 날이 시퍼런 칼날 위에서 춤을 춘다. 햄릿은 개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된다. "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파멸은 운명이나 환경 탓이 아니라 인간 자신 때문이라고 봤다. 진실을 발견하지만 결국 비극적 죽음을 맞는 햄릿,맥베스,리어왕 같은 주인공들은 결국 우리의 모습이다. 그의 작품이 시대를 뛰어넘는 영속성을 갖고 있는 것은 인간의 본질과 욕망을 예리하게 살폈기 때문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셰익스피어 읽어주는 남자》는 인생을 화두로 내세워 그의 4대 비극을 분석한다. 저자는 20대 초반 《햄릿》을 통해 처음 셰익스피어를 만난 후 30년 동안 그를 연구한 전문가다. 교수로 일하면서 직접 연극 무대에 배우로 출연했다. 그래서일까. 무거운 주제인데도 객석에 앉아 무대를 보는 것처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햄릿은 자신이 지게 된 가혹한 운명을 번민하지 않을 수 없다. 햄릿의 영혼이 그의 목소리에 실려 너울거린다. 라르고에서 시작된 선율은 라르게토,아다지오,안단테,알레그레토로 옮겨 다니며 슬프고 무겁게 낮아졌다가 다시 고양되면서 땅으로 하늘로 울려 퍼진다. 번민에 찬 햄릿이 날이 시퍼런 칼날 위에서 춤을 춘다. 햄릿은 개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된다. "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파멸은 운명이나 환경 탓이 아니라 인간 자신 때문이라고 봤다. 진실을 발견하지만 결국 비극적 죽음을 맞는 햄릿,맥베스,리어왕 같은 주인공들은 결국 우리의 모습이다. 그의 작품이 시대를 뛰어넘는 영속성을 갖고 있는 것은 인간의 본질과 욕망을 예리하게 살폈기 때문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