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맹모삼천지교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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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 안하면서 밤에 불만 켜놓고 자는 바람에 키가 덜 컸잖니.벼도 가로등 밑에 있는 건 제대로 안 자란다잖아." "무슨 말씀,그냥 DNA예요. 엄마 아빠가 딱 중간키니 저도 그런 거죠." 이쯤 되면 부모는 할 말을 잃는다.
그런가 하면 자식을 서울 강남 등 이른바 일류 학군에서 키우지 못한 부모는 가슴을 친다. '어떻게든 이름있는 고교에 보냈어야 공부도 공부요 인맥이라도 쌓아줬을 텐데' 하는 식이다. 유전자와 환경,본성과 양육 중 어느 쪽의 영향력이 큰가에 대한 논란은 끝이 없다.
'인간의 마음은 백지와 같으며 그 내용은 경험에 의해 채워진다'는 존 로크의 환경결정론은 찰스 다윈의 유전결정론에 밀리고 이는 다시 출생 직후 경험이 두고두고 영향을 미친다는 프로이트의 주장에 의해 뒤집혔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로 힘을 받던 유전결정론은 10만개라던 유전자 수가 3만개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환경론에 힘을 실었다.
양쪽이 계속 대립하는 가운데 영국의 매트 리들리는 '본성과 양육'에서 둘 중 하나만 힘을 미친다기보다 서로 의존한다는 새로운 틀을 내놨다. 유전자는 양육,양육은 유전자에 기댄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한국 부모들에겐 오랫동안 금과옥조처럼 여겨져 왔다. 오죽하면 학군도 아닌 학원에 따라 집값이 형성되는 일이 벌어졌을까.
중국 산둥성과 후베이성 교육당국이 일선 학교에 '맹모삼천지교' 교육 금지령을 내렸다는 소식이다. 고전이지만 은연중 사람을 가려 사귀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 환경에 적응하고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할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다.
고전에서 특정 내용만 뺀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반발도 있다니 실제 어떨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끼리끼리'의 폐해를 막고 적응력과 폭넓은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대목은 생각해볼 점이 없지 않아 보인다.
노벨화학상 수상자 다나카 고이치는 초 · 중 · 고교와 대학을 소도시에서 다닌 데 대해 '소년 시절 자연 속에서 자란 것이 호기심과 창의력의 원천이 됐다'고 고백했다. 우리도 이제 맹모삼천지교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 아닐까. 그럼 '강남공화국'이란 말도 사라질 테니.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그런가 하면 자식을 서울 강남 등 이른바 일류 학군에서 키우지 못한 부모는 가슴을 친다. '어떻게든 이름있는 고교에 보냈어야 공부도 공부요 인맥이라도 쌓아줬을 텐데' 하는 식이다. 유전자와 환경,본성과 양육 중 어느 쪽의 영향력이 큰가에 대한 논란은 끝이 없다.
'인간의 마음은 백지와 같으며 그 내용은 경험에 의해 채워진다'는 존 로크의 환경결정론은 찰스 다윈의 유전결정론에 밀리고 이는 다시 출생 직후 경험이 두고두고 영향을 미친다는 프로이트의 주장에 의해 뒤집혔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로 힘을 받던 유전결정론은 10만개라던 유전자 수가 3만개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환경론에 힘을 실었다.
양쪽이 계속 대립하는 가운데 영국의 매트 리들리는 '본성과 양육'에서 둘 중 하나만 힘을 미친다기보다 서로 의존한다는 새로운 틀을 내놨다. 유전자는 양육,양육은 유전자에 기댄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한국 부모들에겐 오랫동안 금과옥조처럼 여겨져 왔다. 오죽하면 학군도 아닌 학원에 따라 집값이 형성되는 일이 벌어졌을까.
중국 산둥성과 후베이성 교육당국이 일선 학교에 '맹모삼천지교' 교육 금지령을 내렸다는 소식이다. 고전이지만 은연중 사람을 가려 사귀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 환경에 적응하고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할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다.
고전에서 특정 내용만 뺀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반발도 있다니 실제 어떨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끼리끼리'의 폐해를 막고 적응력과 폭넓은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대목은 생각해볼 점이 없지 않아 보인다.
노벨화학상 수상자 다나카 고이치는 초 · 중 · 고교와 대학을 소도시에서 다닌 데 대해 '소년 시절 자연 속에서 자란 것이 호기심과 창의력의 원천이 됐다'고 고백했다. 우리도 이제 맹모삼천지교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 아닐까. 그럼 '강남공화국'이란 말도 사라질 테니.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