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저축은행 인수 추진 소식에 금융지주사들이 무더기로 약세를 보이면서 이후 주가 전망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6일 오후 1시21분 현재 우리금융은 전날보다 3.86% 내린 1만49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와 함께 KB금융(-3.13%), 신한지주(-3.00%), 하나금융지주(-3.56%)도 내림세다.

증권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금융지주사들이 정부정책의 일환으로 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되면서 단기적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을 통해 저축은행을 클린화한 후 4대 금융지주사들이 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진행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는 "저축은행 인수가 예전부터 은행들이 검토했던 사안이지만 이번 결정은 은행의 의지라기 보다는 정부의 의지"라며 "국내 은행들이 부실 저축은행을 떠안으면서 손실을 털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규선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주가가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은행주들이 지난달 큰 폭으로 오른 후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기에 소식이 전해졌다는 점도 이날 급락에 일조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은행주는 지난달 한달간 약 12.5% 상승, 같은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7.7%)을 4.7%포인트 웃돌았다.

다만 중장기 관점에서는 서민금융 시장 진출이라는 비지니스 포트폴리오 확충 차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왔다.

심규선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는 그동안 접근도가 떨어졌던 서민금융시장 진출을 시도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며 "은행권의 자금조달 금리가 낮기 때문에 기존 저축은행들과 대출금리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축은행 인수 전 해당 저축은행의 부실을 대부분 털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인수가격이 높지 않다면 금융지주사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전재곤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가격에 저축은행을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축은행 자산 규모는 은행과 비교해 미미하기 때문에 인수하더라도 은행주 펀더멘털(내재가치)과 실적에는 크게 부담되지 않을 듯 하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은행주는 다른 업종과 비교할 때 여전히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저평가주라는 의견이다.

황금단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위원은 "올해 기대주로 손꼽히던 금융주 중 은행주가 저축은행 악재로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영향은 단기에 그칠 듯 하다"며 "부동산 경기 회복과 금리인상에 따른 순이자마진 개선 전망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흐름이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부실 저축은행을 세 곳 이상 인수하겠다고 지난 5일 범금융권 신년 인사회에서 밝혔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도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표명했다.

한경닷컴 오정민/최성남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