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 노무현 정부와 달리 '작은 정부, 큰 시장'으로 가겠다고 국민과 약속했지만 오히려 더 큰 정부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정권 출범 당시 정부조직을 슬림화한다며 부처를 몇개 줄이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정작 중앙 공무원 수는 지난 3년간 1만4000여명이나 늘어났고, 청와대 또한 초기와는 딴판으로 비대해진 형국이다. 개혁과 선진화가 절실하다던 공기업이 슬그머니 고용창출 수단처럼 전락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자기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정부가 얼마나 더 비대해져야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할지 정말 답답한 일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개혁의 원칙이 실종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수요가 신규로 발생하면 재빠르게 공무원 충원에 나서면서도 더 이상 필요성이 없어지거나 민간에 이양이 돼야 할 분야에서 공무원 감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의 공무원 수 비중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항변하는 것을 보면 전 정부 때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노무현 정부를 위원회 공화국이라고 힐난했던 것 자체가 부끄러워진 상황이 돼버렸고, 위인설관(爲人設官)식 특보가 난무하는 것을 보면 더 이상 국민의 눈을 의식하지 않기로 작정이라도 한 것 같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특수 상황을 핑계댈지 모르지만 위기가 해소되면 늘어난 조직과 인력이 위기 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징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일을 잘하는 정부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정부의 규제나 정책결정의 투명성 등에서 세계경제포럼(WEF) 등 국가경쟁력 평가기관들의 평가를 보면 거의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정부가 비대해질수록 시장경제는 활력을 잃고 결국 망가지게 돼있다. 정부는 툭하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말하지만 정작 기업가정신은 바닥을 헤매고 있는 것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대로 가면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이 아니라 '큰 정부, 작은 시장'으로 갔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영국 등이 관의 조직과 인원 줄이기에 나선 이유를 정부는 지금이라도 똑바로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