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전 '대책' 꺼내든 금융당국] 국민銀 등에 떠넘긴 부실 금고 대부분 다시 부실…결국엔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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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실패한 '금고 처리' 부활
KB 우리 신한 하나 등 국내 4대 은행관련 금융지주사들이 앞다퉈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30여년 전 은행들의 신용금고 인수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하는 금융전문가들이 많다. 1970년대 부실화된 상호신용금고를 처리하는 방법으로 은행을 앞세웠던 것과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1972년 사금융 시장을 제도권으로 유입하기 위해 상호신용금고 제도를 도입(8 · 3조치)했다. 서민과 영세 상공인에 대한 금융을 담당하던 무진(無盡)회사들 중 규모가 가장 컸던 민생무진도 민생상호신용금고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그런 식으로 불과 2년 만에 서류상 하자가 적고 부실자산이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350곳의 상호신용금고가 정부 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위장출자,손실유보금 과다보유 등 부실 요인을 안고 있었다. 1974년 30만명의 가입자와 500억원의 예금을 갖고 있던 업계 1위 민생금고가 위장출자를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경제에 대한 충격을 우려해 당시 정부 소유였던 국민은행과 지방은행들로 하여금 민생금고 계열사 13곳을 인수하게 했다.
정부는 이어 1980년대 초 석유파동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국민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들에 상호신용금고 인수를 독려했다. 국민은행이 민생상호신용금고 인수로 덩치를 키운 것을 본 시중은행들과 일부 대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상호신용금고 인수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부실 상호신용금고들 가운데 이후 정상화된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은행 경영에 큰 부담만 지우다 퇴출됐다.
부실 금고로 가장 골머리를 앓았던 곳은 국민은행이다. 1984년 사들인 우신 · 한일상호신용금고는 적자에 허덕이다 1996년 한성상호신용금고에 합병됐다. 1984년 인수한 국민상호신용금고는 1998년 자신보다 작은 규모의 동아상호신용금고에 매각해야 했다.
동아는 국민금고의 이름을 오렌지신용금고로 바꾸고 자산순위 기준 업계 2위로 올라섰지만 결국 1년여 만에 둘 다 부실에 빠져 파산했다. 나머지 금고들도 대부분 일반 기업체 등에 팔리거나 퇴출됐다. 이 중 간신히 살아남은 것은 한솔그룹과 MBK파트너스 등의 투자를 거치며 정상화된 부국신용금고(현 HK저축은행)뿐이다.
이외에도 신충북 신경기 기은 신용금고 등은 1993~1994년에 은행들에 각각 인수됐다가 1997년 자본잠식으로 강제 정리됐다. 부실 상호신용금고를 은행에 떠넘기는 것은 명줄을 약간 늘려줬을 뿐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 과거로부터 배운 교훈이다.
이상은/이태훈 기자 selee@hankyung.com
정부는 1972년 사금융 시장을 제도권으로 유입하기 위해 상호신용금고 제도를 도입(8 · 3조치)했다. 서민과 영세 상공인에 대한 금융을 담당하던 무진(無盡)회사들 중 규모가 가장 컸던 민생무진도 민생상호신용금고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그런 식으로 불과 2년 만에 서류상 하자가 적고 부실자산이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350곳의 상호신용금고가 정부 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위장출자,손실유보금 과다보유 등 부실 요인을 안고 있었다. 1974년 30만명의 가입자와 500억원의 예금을 갖고 있던 업계 1위 민생금고가 위장출자를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경제에 대한 충격을 우려해 당시 정부 소유였던 국민은행과 지방은행들로 하여금 민생금고 계열사 13곳을 인수하게 했다.
정부는 이어 1980년대 초 석유파동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국민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들에 상호신용금고 인수를 독려했다. 국민은행이 민생상호신용금고 인수로 덩치를 키운 것을 본 시중은행들과 일부 대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상호신용금고 인수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부실 상호신용금고들 가운데 이후 정상화된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은행 경영에 큰 부담만 지우다 퇴출됐다.
부실 금고로 가장 골머리를 앓았던 곳은 국민은행이다. 1984년 사들인 우신 · 한일상호신용금고는 적자에 허덕이다 1996년 한성상호신용금고에 합병됐다. 1984년 인수한 국민상호신용금고는 1998년 자신보다 작은 규모의 동아상호신용금고에 매각해야 했다.
동아는 국민금고의 이름을 오렌지신용금고로 바꾸고 자산순위 기준 업계 2위로 올라섰지만 결국 1년여 만에 둘 다 부실에 빠져 파산했다. 나머지 금고들도 대부분 일반 기업체 등에 팔리거나 퇴출됐다. 이 중 간신히 살아남은 것은 한솔그룹과 MBK파트너스 등의 투자를 거치며 정상화된 부국신용금고(현 HK저축은행)뿐이다.
이외에도 신충북 신경기 기은 신용금고 등은 1993~1994년에 은행들에 각각 인수됐다가 1997년 자본잠식으로 강제 정리됐다. 부실 상호신용금고를 은행에 떠넘기는 것은 명줄을 약간 늘려줬을 뿐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 과거로부터 배운 교훈이다.
이상은/이태훈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