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도입되면서 기초자치단체들의 곳간 사정이 더 열악해지고 있다. 6일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재정난으로 직원 인건비마저 마련하지 못한 일부 지자체들은 단체장들의 선거공약인 무상급식 예산을 확보하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세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억지로 사업비를 끼워넣느라 다른 사업을 줄인 곳도 많다. 전면 무상급식 재원은 교육청,시청,구청이 각각 5 대 3 대 2 정도 비율로 분담한다.

◆대전 5개구 "재원 없다" 반발

대전에서는 시가 마련한 무상급식 추진안에 대해 5개 자치구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대전시는 최근 올해 추경예산을 편성,6월부터 초등학교 1~3학년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로 하고 재원의 20%를 자치구가 분담토록 했다. 자치구별로 3억~7억원씩을 부담해야 한다.

5개 자치구는 "올해 극심한 재정난 때문에 필수 경비 외에 구별로 160억~38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는데 급식비 부담을 떠안기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올해 대전 자치구별 재원부족 예상액을 보면 동구 383억원,중구 274억원,서구 240억원,유성구 202억원,대덕구 161억원 등이다.

동구 관계자는 "지금 자치구들은 예산이 거덜나 몇천만원짜리 사업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무상급식비 때문에 다른 쪽에서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더 이상 예산을 깎을 사업조차 없다"고 말했다.

◆광주 자치구 "인건비도 모자라"

작년 11월부터 초등학교 전 학년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광주시도 재정난을 겪고 있는 자치구들의 예산 미확보로 올해 급식 차질이 우려된다. 올해 예산 501억원은 광주시교육청,광주시,5개 자치구가 각각 340억여원(68%) 111억여원(22%) 50억여원(10%)씩 분담키로 했다.

그러나 구별로 20~30%가량의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동구청은 급식 예산 2억7000만원 중 7000만원을 마련하지 못했다. 북구청도 15억3700만원 가운데 12억원만 겨우 조달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재정난 심화로 구청 직원 인건비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며 "무상급식 예산 미확보분 조달은 꿈도 못꾸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급식재원 구마다 들쭉날쭉

서울에서는 구마다 다른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있는 21개구에서는 최소 5억~최대 22억원 정도의 예산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10개구는 재정 상황이 나빠 필요한 예산에서 5~70% 삭감된 금액만 구의회를 통과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예산안을 짤 때 일단 무상급식 비용을 집어넣은 뒤 나머지 사업에서 예산을 조금씩 깎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당선된 4개구에서는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전체 학년 무상급식이 불가능해졌다.

서울시의회는 이날 시가 공포를 거부한 전면 무상급식 조례안을 시의회 의장 명의로 직권 공포했다. 시는 조례가 효력을 갖지 못하도록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낼 방침이다.

대전=백창현/광주=최성국/임현우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