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하는 물가] 대통령 '물가관리'한마디에…공정위,경쟁촉진 임무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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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위원장 '물가기관' 논란
김동수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위의 역할을 '물가기관'으로 규정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본말이 전도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의 주임무는 경쟁 촉진이기 때문이다. 시장 담합 근절을 통해 물가 안정 효과가 간접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지 처음부터 물가 안정을 목표로 두는 것은 안 된다는 얘기다.
2005년 공정위 사무처장(1급)을 지낸 허선 화우(법무법인) 선임컨설턴트는 6일 "공정위의 주임무는 경쟁 촉진이지 물가 안정이 아니다"며 "물가 안정을 위한 직접적인 정책 수단도 없다"고 말했다. 또 "물가 관리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하다 보면 카르텔 방지 등 기본 업무에 소홀해질 수 있다"며 "경쟁당국 수장이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물가에 개입하면 자칫 기업에 직접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공정위 직원들도 당혹해하고 있다. 물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공정위는 물가기관이 아니다"는 논리를 폈는데,김 위원장 취임 이후 갑자기 물가당국 역할을 떠맡게 돼 상당수 직원들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이명박 대통령이 연초 '5% 경제성장과 3% 물가상승률'을 새해 경제목표로 제시하면서 각 부처가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3일 김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물가 관리에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하자 공정위 조직을 아예 물가 안정 기관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 재정경제부에 근무할 때 생활물가과장 물가정책과장 차관보를 지내며 물가 안정에 주력했던 전문가다. '경쟁 촉진'분야 전문가인 정호열 전 위원장과 손인옥 전 부위원장이 임기를 1년6개월 남겨둔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경질되고 김 위원장이 임명된 것은 이 대통령이 '경쟁을 통한 시장 규율 확립' 대신 대기업 감시를 통한 물가 안정에 공정위를 동원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1970년대식 물가관리 대책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 상임위원을 지낸 이병주 태평양(법무법인) 고문은 "정부의 물가 안정에 대한 철학이 먼저 정립돼야 한다"며 "전체적인 맥락에서 부처별 역할 분담을 하고 그 안에서 공정위의 역할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용석/서기열 기자 hohoboy@hankyung.com
2005년 공정위 사무처장(1급)을 지낸 허선 화우(법무법인) 선임컨설턴트는 6일 "공정위의 주임무는 경쟁 촉진이지 물가 안정이 아니다"며 "물가 안정을 위한 직접적인 정책 수단도 없다"고 말했다. 또 "물가 관리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하다 보면 카르텔 방지 등 기본 업무에 소홀해질 수 있다"며 "경쟁당국 수장이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물가에 개입하면 자칫 기업에 직접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공정위 직원들도 당혹해하고 있다. 물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공정위는 물가기관이 아니다"는 논리를 폈는데,김 위원장 취임 이후 갑자기 물가당국 역할을 떠맡게 돼 상당수 직원들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이명박 대통령이 연초 '5% 경제성장과 3% 물가상승률'을 새해 경제목표로 제시하면서 각 부처가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3일 김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물가 관리에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하자 공정위 조직을 아예 물가 안정 기관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 재정경제부에 근무할 때 생활물가과장 물가정책과장 차관보를 지내며 물가 안정에 주력했던 전문가다. '경쟁 촉진'분야 전문가인 정호열 전 위원장과 손인옥 전 부위원장이 임기를 1년6개월 남겨둔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경질되고 김 위원장이 임명된 것은 이 대통령이 '경쟁을 통한 시장 규율 확립' 대신 대기업 감시를 통한 물가 안정에 공정위를 동원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1970년대식 물가관리 대책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 상임위원을 지낸 이병주 태평양(법무법인) 고문은 "정부의 물가 안정에 대한 철학이 먼저 정립돼야 한다"며 "전체적인 맥락에서 부처별 역할 분담을 하고 그 안에서 공정위의 역할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용석/서기열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