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사진)이 '휴먼 디지털리즘(human digitalism)'을 새로운 전자산업의 화두로 제시했다. 디지털 기술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며 향후 모든 제품은 이를 기반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윤 사장은 6일(현지시간) 'CES 2011'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모든 삼성전자 제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휴먼 디지털리즘'을 제시했다. 디지털 기술에 인간적 감성을 불어넣는다는 뜻으로 2009년 유럽 가전전시회 IFA 기조 연설 때 내세운 '디지털 휴머니즘'에서 한층 진화한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윤 사장은 "삼성의 모든 제품은 휴먼 디지털리즘을 기반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며 "접속(access)과 조화(align)，놀라움(amaze)，실천(act) 등 '4A'를 기반으로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접속에 대해 "인간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모이는 본성을 갖고 있다"며 "삼성의 제품은 이런 접속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떠한 콘텐츠건 TV 휴대폰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공유하게 만들 것이란 얘기다.

이어 "TV 등 가전제품이 다양한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조화"라고 말했다. 이런 정신은 삼성전자가 이번에 출품한 TV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고 했다. 새로 선보인 TV는 테두리(베젤) 두께를 연필 두께(0.19인치)로 줄여 주변 공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3D(입체영상) 등 새로운 상품으로 즐거움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만족을 주는 것이 놀라움이라고 풀이했다.

실천에 대해 윤 사장은 "인간은 선한 일을 하려는 본성이 있다"며 "고객들이 삼성전자 제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친환경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친환경제품을 만드는 것은 물론 2020년까지 태양광 등 녹색에너지 사업에 2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이날 기조연설은 2000년 출생한 11살 소년 졸(Zoll)이 디지털 기술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윤 사장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졸의 역할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인 '빌리 엘리어트'의 주연 배우 제이콥 클레멘트가 맡았다. 기조 연설중 미국 대형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와 타임 워너 케이블, 훌루(Hulu),드림웍스,어도비 등의 최고경영자(CEO)가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이들은 삼성과 제휴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케이블TV 업체는 삼성전자 태블릿PC 갤럭시탭으로 영화 등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윤 사장은 미국과 유럽 가전전시회에서 모두 기조연설을 한 첫 번째 한국인으로 기록됐다.

라스베이거스＝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