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산 전기자동차는 한 번 충전하면 140~160㎞를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의 성공 여부는 전기 공급 방식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중화도 요원하기 때문이다.

블루 온의 사례를 볼 때 국내 전기차 가격은 대당 5000만원에 이를 것이다. 이 중 배터리값이 절반을 차지하는데도 수명은 5년에 불과하다. 이같이 내구성이 떨어지는 배터리를 믿고 선뜻 지갑을 열 소비자는 거의 없을 듯싶다. 주행 거리에 비례해 전기요금도 내야 한다. 전기차에 정부 지원이 필요한 것도 이런 속사정 때문이다.

전기차 정책은 관련 인프라와 도시형성 여건,주거형태,밀집도,배터리의 가격과 성능을 감안해 결정돼야 한다. 우리 실정에서 전기차 소비를 촉진하려면 충전 방식보다는 배터리 교환방식을 채택하고 값싼 리스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밀집된 주거 형태를 띠고 있다. 상업지역의 주차공간도 좁아 전기차 배터리를 수시로 충전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더구나 가정용이나 일반 상업시설에 쓰는 낮은 전압으로 충전할 경우 상대적으로 배전손실이 크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반면 이미 충전된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교환방식을 채택한다면 장점이 많다. 전국에 촘촘히 깔린 주유소를 이용할 경우 배터리를 쉽게 바꿀 수 있다. 배터리 관리도 전문화할 수 있어 효율성 극대화가 가능하다. 배터리를 교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1분이면 충분하다.

선진국도 이런 장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스라엘,덴마크,호주,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일본은 배터리 교환시스템을 도입키로 했거나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일본 환경성은 배터리 교환시스템 도입을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1단계는 착탈식 배터리교환 시스템을 검증했고,2단계는 지난해까지 단거리 운행 시험을 거쳤다. 3단계는 택시의 장거리 운행 등 다양한 환경 아래에서 검증한 뒤 4단계에서 대량생산 모델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우리 정부의 계획을 보면 충전방식과 배터리 교환방식을 동시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표준화 계획을 살펴보면 배터리 교환시스템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고 효율이 떨어지는 충전방식만 고려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과 편의성을 높이려면 이 같은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 배터리 교환방식을 채택하려면 배터리 장착 위치의 표준화,배터리의 품질관리 시스템,배터리 도난사고 방지,사고 발생 시 배터리로 인한 2차 사고 방지 등 검토해야 할 기술적 문제가 산적하다. 남은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 정부는 보다 소비자 친화적이고 자원 효율이 높은 전기차 정책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유동헌 <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