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에만 10억원을 투자 중인 고객이 최근 처음으로 '환매' 얘기를 꺼냈습니다. 작년 9월 이후 코스피지수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환매 바람도 잠잠했지만 목표수익률을 달성하자 빠르게 '리밸런싱(자산 재분배)'에 나서는 고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

강원경 하나은행 압구정 골드클럽 센터장은 요즘 강남 부자들의 움직임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자산가들이나 프라이빗뱅커(PB)들이나 올해 유망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을 꼽긴 하지만 부자들은 위험에 대비해 수익을 내면 일부를 현금화하는 작업도 한 발 빨리 시작한다"며 "환매 얘기를 한 고객의 경우 매년 1억~2억원씩 주식형펀드에 새로 가입하고 있는데 이번 환매 부분은 작년에 가입해 목표수익률을 달성한 펀드"라고 설명했다. 2007년 고점에서 가입한 펀드도 수익이 나긴 했지만 아직 계획했던 수익률에는 못 미쳐 목표를 채운 지난해 펀드부터 환매하겠다는 것이다.

◆올해까지는 주식이 대세

지난 7일 하나은행 압구정 골드클럽 센터에서 만난 세 명의 PB는 일제히 올해 유망 재테크 상품으로 '주식'을 꼽았다.

이연정 팀장은 "올해 국내 기업들의 이익 규모가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등 증시 환경도 좋지만 현장에서 볼 때 수백억원대 자산가들이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기예금이나 신탁 등 안전성을 최우선하던 고객들이 작년부터 주식이나 해외채권 등 상대적으로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장기적으로 봐도 기업들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주주들의 몫이 커지게 되고 주가도 오를 것이란 논리를 고객들에게 설명하는데 여기에 동의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발품 팔아 부동산 투자하는 시대에서 산업과 기업을 공부해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훈 팀장은 "작년에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공모를 앞둔 비상장사 주식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도 일부 유행했지만 올해는 정통 주식형펀드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며 "현재 주식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고객들이 상당수 직접투자나 펀드,신탁상품 등의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익 실현을 생각하고 있는 고객들 역시 그 자금을 다른 데로 옮기기보다는 스타일이 다른 펀드나 자문형 랩 등으로 분산하는 방법을 더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성이 높아 부자들이 선호하는 채권투자 역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같은 주식관련 사채가 유망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 팀장은 "상반기까지는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 채권 투자도 괜찮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 상승에 따라 매력도가 줄어들 것"이라며 "채권에 투자하고 싶다면 선진국과 신흥국 기업들의 회사채를 두루 담는 글로벌 회사채펀드가 수익성과 안전성을 함께 갖췄다는 점에서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압축투자상품 인기 지속될 듯

통상 50개 이상의 종목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와 달리 투자 대상을 20개 이내로 압축하는 증권사의 자문형 랩이나 은행의 신탁상품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연정 팀장은 "브레인,창의 등 주요 투자자문사 대표들을 초빙해 신탁상품 설명회를 하면 고액자산가들이 20명 이상 참석해 관심을 보인다"며 "대기업들이 워낙 안정된 실적을 내며 주가도 하방 경직성이 확보됐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블루칩 위주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성임 한국투자증권 신압구정지점장도 "자문형 랩 시장 과열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점에서 안전성은 오히려 높다"며 "직접 투자를 꺼리는 자산가들의 자문형 랩 선호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주식시장을 밝게 보더라도 유럽 재정 문제나 중국 긴축 이슈 등 악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변동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훈 팀장은"주식 직접투자나 투자 대상을 좁히는 압축형 펀드,자문형 랩 등의 인기가 높긴 하지만 투자 대상이 한정된 만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손실도 크게 날 수 있다"며 "일시적으로 손실이 나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미련없이 차익을 실현하는 것도 부를 축적하는 지름길로 제시됐다. 강 센터장은 "주식시장이 부동산이나 예금보다 유망할 것으로 보더라도 일단 정해 놓은 목표를 달성하면 다른 펀드나 투자상품으로 갈아타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게 일반적인 부자들의 투자 습성"이라고 분석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