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LCD(액정표시장치) 부문과 TV 등 디지털미디어 부문의 부진으로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됐지만, 통신 부문의 수익성이 유지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올해 실적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주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 4분기 LCD·디지털미디어 부진…통신부문 선방

삼성전자는 7일 국제회계기준(IFRS) 4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38.27%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1.91% 증가한 41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증권사들이 추정한 예상치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최근 일주일간 집계한 증권업계 평균 실적 전망치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1조600억원과 3조1400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가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가전과 TV 부문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수요 둔화로 이 부문 적자폭이 전분기 대비 확대되면서 전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체 영업이익의 66%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반도체 부문 실적이 예상치를 충족하고, 통신 부문의 실적이 선방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영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4분기는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통신 부문이 부진했었다"며 "이와 달리 지난해 4분기에는 출하량 증가로 전분기와 비슷한 규모의 실적을 달성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주가 90만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매수 기회"

향후 주가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실적이 4분기를 저점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반도체 업황도 바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았기 때문에 주가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4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 주가도 다시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성호 한화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12월 이후부터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에 쉬어갈 명분을 찾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4분기 영업이익 부진은 쉬어가는 계기를 제공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올해 분기별 실적이 우상향 기조를 보일 것이란 기존 전망에 변화가 없다"며 "90만원 이하의 깊은 주가 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투자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형성하고 있어 긍정적"이라며 "앞으로 스마트폰 등의 분야에서 애플과 견줘도 될 만큼의 평가를 받게된다면 지금보다 주가가 훨씬 더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의 주가 조정은 그간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세를 미처 따라잡지 못했던 투자자들에게 좋은 매수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19분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대비 7000원(0.75%) 내린 92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