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을 많이 먹는 대형차를 주로 생산하던 미국 자동차 업계가 변신하고 있다.

연료효율이 높고 환경친화적인 자동차를 많이 만들면서 고유가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에게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미시간주 웨인에 자리잡은 포드자동차 공장은 10년전만해도 익스피디션이나 네비게이터와 같은 대형 SUV를 만들면서 호황을 누렸다.

이런 차량은 갤런당 12마일밖에 가지 못할 정도로 기름을 많이 먹지만 당시에는 잘 팔렸다.

하지만 오늘날 이 공장은 5억5천만 달러를 들여 대대적인 변신을 했다.

140에이커에 이르는 대규모 공장은 친환경에 연료효율화를 강조한 체제로 바뀌어 소형자동차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은 포드사의 새 소형차 '포커스' 4개 모델을 생산할 예정으로 이 가운데 하나는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한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이처럼 대형차량을 포기하고 연비가 높은 자동차를 생산하도록 변신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선 정부에서 연비 기준을 엄격하게 만들면서 이에 맞춰야 했고 2008년에는 배럴당 145달러까지 치솟은 국제 원유가격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

이어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로 제너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가 정부의 긴급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에 이르자 업계는 근본적인 변신을 하지 않을 수 없게됐다.

물론 미국 시장에서는 아직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여전히 연료효율 차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의 리콜사태에도 불구하고 프리우스가 하이브리드 차량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요즘 이런 격차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포드와 GM이 만든 승용차의 평균연비는 갤런당 30마일 이상을 기록해 10년 전의 27마일에 비해 개선됐다.

GM은 하이브리드 차량인 시보레 볼트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다음주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뷰익 브랜드로 새 콤팩트 세단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차량은 고속도로 연비가 갤런당 31마일 수준으로 과거의 뷰익 로드마스터와는 연료효율 면에서 비교가 안될 정도다.

미국 소비자들의 대형 차량에 대한 애착은 상당부분 사라지기는 했지만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아직 경트럭이나 SUV 분야에 많이 의존해 있다.

하지만 무게가 4t에 육박하는 거대차량들은 이제 점차 엔진크기를 줄인 작은 덩치의 크로스오버 차량들에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

최근 국제원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고 휘발유 소비자 가격도 갤런당 3달러를 넘어서면서 이런 변신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GM의 새 대표인 대니얼 애커슨은 생산간부들에게 국제원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휘발유 소비자가가 갤런당 4달러에 이르는 시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드사의 앨런 멀랠리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이 계속 오르리라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면서 "전세계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구입할 때 연비를 우선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