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가전전시회 'CES 2011'이 열렸습니다.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라스베이거스를 떠나기 직전에 삼성 LG 모토로라 등의 스마트폰에 관해 소감을 정리합니다. CES는 폰보다는 TV가 돋보이는 전시회지만,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폰,4세대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폰,노트북과 쉽게 연동하는 폰도 전시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삼성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삼성 부스는 다양한 품목을 전시해 놓았기 때문에 다음 날 다시 가 보면 '어제 왜 이걸 못 봤지?' 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삼성 부스 뒤쪽에는 스마트폰,뮤직플레이어 등 모바일 디바이스만 모아놓은 코너가 있고 그 옆에 4세대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을 지원하는 디바이스만 모아놓은 코너가 있습니다. 이곳에 새로운 폰이 하나 전시됐습니다.

폰 이름은 '인퓨스 4G'.미국 이동통신사 AT&T를 통해 HSPA+ 4세대 서비스용으로 발매합니다. HSPA+는 엄밀히 말하면 4세대가 아니라 3.75세대쯤 되는데,미국에서는 "4세대"라고도 말하죠.디스플레이는 4.5인치 슈퍼아몰레드 플러스.4인치 갤럭시S보다 큰 4.5인치 폰을 내는군요. 그냥 '슈퍼아몰레드'가 아니고 '플러스'가 붙은 걸로 봐서는 더 밝고 선명할 것 같습니다.

두께가 9㎜로 얇습니다. 갤럭시S가 9.9㎜니까 10% 얇아졌습니다. 운영체제(OS)는 프로요(안드로이드 2.2)이고 1.2㎓ CPU를 탑재했습니다. 뒷쪽에는 800만화소 카메라,앞쪽에는 영상통화용 120만화소 카메라가 있습니다. 동영상은 HD급(720p) 촬영이 가능합니다. 동영상이 풀 HD는 아니지만 스펙이 대단합니다. 안타깝게도 유리 케이스 안에 넣어둔 상태라서 작동해보지 못했습니다.

LG 부스에서는 '옵티머스 원','옵티머스 2X','옵티머스 블랙' 등이 전시됐습니다. 핵심은 옵티머스 2X죠.테그라2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해 속도가 빠릅니다. 만져봤는데 빠르게 돌아갑니다. LG는 "세계 최초로 듀얼코어를 탑재했다"고 홍보했는데,모토로라가 테그라2를 탑재한 '아트릭스'를 동시에 내놓은 바람에 머쓱해졌죠.아무튼 스마트폰 멀티코어 시대를 여는 폰입니다.

LG는 4세대 이동통신 LTE를 지원하는 '레볼루션'이라는 폰도 전시했습니다. LG로서는 첫 LTE폰입니다. 이 제품 역시 벽 유리 케이스 안에 전시해놨기 때문에 만져보질 못했습니다. 이 폰은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 공급될 예정입니다. 4.3인치 LCD에 프로요를 탑재했고 500만화소 카메라를 장착했습니다. 미국인들은 손이 커서 그런지 요즘엔 4인치대 제품이 많습니다. 삼성과 LG 최신 폰을 보면 스펙이 놀랍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은 하위권에 낄까말까 했고 LG는 '기타'에도 포함되지 않을 정도로 존재가 미미했습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한국인의 저력을 느꼈다"고 말하던데,1년 사이에 많이 컸습니다. 삼성은 갤럭시S로 전환점을 마련한 것 같고,LG는 옵티머스 2X와 블랙으로 기반을 다지려고 하나 봅니다.

모토로라 '아트릭스'가 압권입니다. 아트릭스는 LG '옵티머스 2X'와 마찬가지로 듀얼코어를 탑재했습니다. LTE를 지원합니다. 그러니까 듀얼코어폰이면서 LTE폰입니다. 이것만으로도 혁신적이지만 중요한 것은 사용자경험(UX)입니다. 폰을 '넷톱 도크'에 꽂으면 바로 노트북 자판과 마우스로 작동할 수 있고,TV에 연결된 '도크'에 꽂으면 폰 속의 콘텐츠를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아트릭스를 한참동안 지켜봤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소비자 마음을 정확하게 꿰뚫었을까? 적자가 누적돼 분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세 가지 혁신을 하나의 폰에 담아내다니….놀랐습니다. 안드로이드폰 시장에서 삼성이 메이저로 진입하고 LG가 바닥을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다분히 하드웨어 기술력 덕입니다. 이제는 모토로라와 같은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라스베이거스=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