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2년차 300% 인상도
반면 고졸 2년차인 오지환은 야수 중 고과 1위에 올라 지난해 연봉(2400만원)보다 313% 높은 1억원을 제시받았다. 그는 지난 시즌 타율(2할4푼1리)은 높지 않았지만 13홈런 61타점으로 팀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야구광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LG 트윈스 구단주)이 9일 성과주의에 기반을 둔 신연봉제도를 예로 들며 '야구경영학'을 설파하자 LG의 새로운 연봉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 부회장은 "프로 골퍼들은 부상을 당하거나 성적이 부진하면 수입이 크게 줄어들지만 야구선수는 잘못해도 전년 연봉의 어느 선까지 받는다"며 신연봉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자유계약선수(FA)를 충원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이후 2군 선수들이 더욱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스토브리그에서 최대 이슈로 떠오른 신연봉제도는 어떤 걸까. 대부분의 프로야구단은 1년간의 활약뿐 아니라 구단 기여도,누적 성적,연차 등을 두루 고려해 연봉을 책정하고 있다. LG는 이 같은 기준을 크게 흔들었다. LG가 올해부터 적용하는 신연봉제도는 선수들의 입단 연차에 상관없이 전년도 성적이 좋은 선수의 연봉은 크게 인상하는 대신 성적이 안 좋으면 파격적으로 삭감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다.
기존의 내부고과와 팀승리공헌도(윈세어) 비중을 각각 50%로 정해 내부고과 비중을 크게 줄였다. 팀승리공헌도는 팀 승리에 선수 개개인의 활약상을 점수화한 것으로,이기는 팀이 되겠다는 LG의 의지를 반영한 결과다.
물론 연봉이 오를 때 크게 오르는 만큼 떨어질 때도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 LG 관계자는 "이전 연봉제에서는 적은 연봉을 받던 선수가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도 인상폭이 제한돼 있어 큰돈을 만질 기회가 없었고 고액 연봉 선수는 성적이 나빠도 대폭 삭감이 어려웠다"며 "신연봉제도에서는 '신데렐라'도 나올 수 있고 '쪽박 스타'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6위에 그친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다. 매년 100만명 안팎의 팬을 야구장으로 끌어모으는 스타구단이지만 늘 근성과 투지가 부족하다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LG는 구단 혁신을 위해 지난해 3월 전체 선수들에게 신연봉제도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했고,시즌 중 선수 개인에게 연봉 인상 및 삭감액을 통보했다. 업계에서는 이 제도가 정착되면 팀 성적 상승,선수단 마인드 변화,세대교체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신연봉제도는 상대적으로 야수보다는 투수,선발보다는 불펜의 팀승리공헌도 점수 반영 폭이 좁고 패한 경기에서의 활약은 반영도가 낮은 게 단점이다. 선수 경력,작전 수행,불펜 대기 횟수,훈련 태도 등이 거의 고려되지 않는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