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당한 사람에게 "슬퍼하지 말라"고 해선 안된다. 그 보다는 "실컷 울어라"고 말하는 게 옳다. 적어도 정신과적으론 그렇다. 심한 우울증 환자들은 대부분 눈물이 말랐다고 털어놓는다고 한다. 기쁜 건지 슬픈 건지조차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은 적절한 시기엔 울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때론 억지로라도 울게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울어야 삽니다'의 저자인 이병욱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기왕 울려면 횡경막이 떨리도록 크고 세게,오래 울라고 권한다. 그래야 쌓였던 울분이 씻겨나가면서 마음이 안정되고 신체기능이 원활해진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면역글로블린G 항체가 증가해 병원균의 인체 접합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다. 울음은 폐활량을 늘리고 림프의 순환을 촉진해 면역력을 강화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일본에선 오열(嗚咽)과라는 진료과목까지 생겼다. 환자들의 울음을 인위적으로 유도해 심리적 우울이나 피부 트러블을 치료한다. 미국에서도 '프라이멀 테라피'라는 대체의학이 인기다. 눈물을 흘리게 함으로써 어린 시절 내면의 상처를 근원적으로 아물게 하는 심리치료요법이다.

모든 눈물이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울기-눈물의 신비'라는 책을 쓴 윌리엄 프레이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는 양파 등 외부 자극으로 나오는 눈물이 아닌,뇌작용에 의한 감정적 눈물만 카타르시스 효과가 있다고 본다. '프로락틴'이란 호르몬이 감정적 눈물에만 들어있어 해로운 물질을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는 거다.

여자의 눈물이 남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가 밝혀졌다는 소식이다.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가 슬픈 영화를 본 여성들이 흘린 눈물을 병에 담아 남성들에게 냄새를 맡게 했다. 그 결과 남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서 성욕과 공격성이 약화됐다. 남성이 울고 있는 여성에 가까이 가면 눈물의 화학적 신호를 받아들여 마음이 약해진다는 설명이다.

눈물의 효능은 설치류에서도 확인된 적이 있다. 일본 사할린 등지에 분포하는 뒤쥐는 지하에서 서로 머리를 맞닥뜨릴 경우 눈물을 분비해 공격성을 줄인다. 암수간 짝짓기의 매개가 되는 것도 눈물이다. 요컨대 기쁠 땐 웃고, 슬프거나 억울할 땐 남 의식하지 말고 충분히 울라는 얘기다. 그래야 자신의 마음은 물론 사회도 정화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