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정치 혼란이 계속되면서 유로존 재정위기가 벨기에까지 번질 것이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AFP통신은 "벨기에의 연정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무정부 상태가 209일째 지속되고 있다"며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조만간 심각한 재정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9일 보도했다.

벨기에는 지난해 6월 총선 이후 북부 플레미시(네덜란드어권)와 남부 왈로니아(프랑스어권)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불거지면서 연정 구성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연정 구성이 209일 동안 지체되면서 지금까지 유럽 국가 중 가장 최장기간 무정부 상태였던 1977년 네덜란드의 기록(208일)을 넘어섰다. 이 상태가 3월 말까지 지속되면 2009년의 이라크(289일)를 넘어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최장기간 무정부 상태에 빠지게 된다.

정치 혼란이 지속되면서 긴축재정안 편성에는 손도 못 대 재정위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벨기에는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에 이어 위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지목돼왔다.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였던 재정적자가 지난해 10%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올해는 11%에 이를 전망이다. 금융권의 전체 자산 규모가 GDP 대비 340%로,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한 것도 문제다. 벨기에 은행들은 최근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에 540억달러를 물린 상태다. GDP 대비 11.7%에 달하는 금액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은 벌써 싸늘하다. 지난 7일 벨기에 10년물 국채 금리는 4.12%까지 상승했다. 부도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날 2.466%로 지난해 8월 초 대비 1%포인트 넘게 급등했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벨기에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