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간 16억개의 분무펌프 생산
- 2월 코스닥 시장에 2차 상장 예정

100%, 94%, 102%…. 공장 벽면을 채운 화이트보드에 목표량과 생산량, 그리고 이에 따른 출하율이 기록되어 있다. 100% 앞팎의 수치들은 '공장이 얼마나 잘돌아가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요즘 잘 나가는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관련업체가 아니다. 화장품, 향수, 위생용품 등에 적용되는 펌프 시스템을 생산하는 중국업체의 벽면이다. 2007년 8월 싱가포르거래소에 상장된 썬마트홀딩스. 한국 코스닥 시장에 2차 상장을 앞두고 있는 이 공장은 기자의 눈에는 무척 분주해보였다.

중국 상하이 푸동공항에서 3시간여를 달려 강소성 장인시에 도착했다. 가는 길도 한가하지 만은 않았다. 수 많은 도시와 공장지대 사이로 난 길을 달렸다. 차장 밖으로 보이는 공장지대가 지평선 너머까지 자리잡고 있다. 도착한 썬마트홀딩스 공장은 대륙의 크기 만큼이나 넓었다.12만㎡의 부지에 6개동이 큼직큼직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공장에 들어가려니 거쳐야 할 곳이 많다.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덧신을 신고 모자까지 갖춰 써야하는 등 복장 갖추기부터 까다로웠다. 에어룸과 클린룸을 거쳐야만 생산시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생각이 들 때 즈음 사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프랑스 펌프(France pump)'. 중국에서 마주한 프랑스라는 단어는 낯설었다. 하지만 이 궁금증은 생산라인을 보고 금새 풀렸다. 금색, 은색 옷을 입은 새끼 손톱 보다도 작은 펌프들이 줄줄이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산 향수의 포장용기에 들어가는 펌프를 만드는 곳이었다. 샤넬, 크리스챤디오르 등 프랑스의 유명한 향수도 썬마트홀딩스의 펌프를 통해서만 향기를 내뿜을 수 있는 셈이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들어가는 부품만도 15개에 달한다. 집기도 힘든 극소형의 부품들이 향수 펌프로 태어나기 위해 조립되고 있었다.

썬마트홀딩스는 향수 외에도 화장품 용기에 사용되는 다양한 펌프를 만들고 있다. 중국에서 화장품 펌프로는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회사별로 역할이 나누어져 있다. 100% 자회사인 썬마트테크는 화장품과 의약품 펌프시스템을 주로 생산한다. 또다른 자회사인 썬마트플라스틱은 화장품과 생활건강용품 등의 분무펌프 생산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다.

이 두 회사 모두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육박한다. 나머지는 의약품, 생활건강, 기타의 순이다. 의약품용은 알루미늄 펌프가 대부분이고 생활용품은 샴푸나 린스 등의 제품이 주력이다. 이렇게 생산되는 펌프의 종류만도 150여개이고 생산되는 펌프의 수는 16억개에 달한다고 한다. 80개국 1450여 고객에게 수출된다고 하니 출하율이 100%에 달하는 이유도 이해가 간다.

공장 벽면에는 출하율 기록 외에도 여러 문구들이 붙어 있었다. 안전생산, 청결생산…. 생산량을 늘리자거나 빨리 하자거나 하는 종류의 문구는 없었다. 중국 공장들은 대량으로 대충대충 만들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공장에서 10여분 떨어진 곳에 본사와 연구소가 있었다. 이 곳에서 역시 고정관념이 깨지는 장면들이 목격됐다. 쇼룸까지 완비하고 생산제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연구소에서는 직원들이 펌프 뿐만이 아니라 기계설비, 금형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었다. 이 연구소는 중국에서 국가급 연구기관으로 지정됐다고 한다. 특허권만도 43개, 신기술 5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

다시말해 썬마트홀딩스는 분무펌프를 제작하는 기계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최종단계인 펌프를 만드는 일까지 일괄생산이 가능한 체계를 갖췄다. 이러한 설비는 2009년 3월 완공됐다. 2007년 8월 싱가포르 시장에 상장되면서 자금력을 갖추고 설비증설에 나선 결과물이다.

썬마트홀딩스는 더 나아가 다음달 한국 코스닥 시장에서 증권예탁증서(KDR)를 통한 2차 상장을 앞두고 있다. 싱가포르 상장이 성장의 과정이었다면 한국에서의 상장은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쑨빙쫑 썬마트홀딩스 대표는 "싱가포르거래소에서 기업공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시적인 둔화를 겪기도 했다"며 "하지만 2010년 사상 최고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등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재무구조개선과 설비고도화 등을 이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