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한국은행의 한 간부는 신년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금융통화위원 장기 공석 사태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4월24일 퇴임한 박봉흠 위원의 후임자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아 6명으로 9개월째 운영되고 있다. 한은 61년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게 한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으로 그 책임이 막중하다. 금통위에는 한은 총재와 부총재가 당연직으로 참여하며 기획재정부 장관,한은 총재,금융위원장,대한상의 회장,은행연합회장이 추천하는 1인씩 모두 7명으로 이뤄진다. 금통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법을 어기고 있다"는 격한 비판까지 했다. 한은법 13조1항은 '금통위는 7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법이 '7인 이하'라고 하지 않고 '7인'이라고 적시해 놓은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누가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현재 빈 자리는 대한상의 추천 자리다. 아직까지 후임자를 추천하지 않은 대한상의에 잘못이 있다. 하지만 추천기관은 지금까지 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갖고 추천해 왔고,생리상 그럴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더 큰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는 게 한은 안팎의 정서다.

금통위원 공석 사태는 국회에서 진작 제기한 사안이다. 이혜훈 의원(한나라당)은 지난해 10월 한은 국정감사에서 "금통위원 공석으로 인해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한 정책의 중립적 수립이라는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금통위에 재정부 차관을 참석시켜 열석 발언권까지 행사하면서 금통위원을 공석으로 놔두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성곤 의원(민주당)은 "공석으로 두어도 괜찮은 자리라면 없애는 것이 국민 혈세를 아끼는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법률 위반 지적까지 받고 있는 금통위원 공석 문제에 대해 모르고 있다면 직무태만이고,알고서도 방치한다면 직무유기를 하는 셈이다. 금통위 의장인 한은 총재가 대통령에게 진언하지 않고 있다면 역시 직무태만이나 직무유기 지적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