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국가부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포르투갈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다. 조제 소크라테스 총리가 이끄는 정부의 위기 돌파 능력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가시지 않으면서 10년물 포르투갈 국채 금리가 한 달여 만에 7%를 다시 돌파하는 등 연초부터 유럽발(發) 금융위기 재발 불안감이 고조된다. "자력회생할 수 있다"고 포르투갈 정부는 장담하지만 "그리스 아일랜드처럼 구제금융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비관론은 커져가는 분위기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주말 포르투갈 국채 수익률은 7.14%로 급등했다. 1999년 포르투갈이 유로존에 가입한 이후 최고치다. 포르투갈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7.193%까지 치솟기도 했다.

포르투갈이 흔들리자 인근 국가인 스페인의 국채 금리(10년물)도 2000년 이후 최고치인 5.54%로 뛰었다. FT는 "포르투갈이 오는 4월과 6월 만기인 95억유로(13조8000억원)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스페인 등 주변 국가는 물론 유로존 전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주말 포르투갈 증시도 국채 주요 보유기관인 은행주 주가가 1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3% 급락했다.

시장이 요동치자 지난 주말 소크라테스 총리가 진화에 나섰지만 불안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소크라테스 총리는 "최근 재정수입이 늘고 지출은 예상보다 감소하는 등 재정 구조조정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지난해 재정적자 감축 목표치를 충분히 달성한 것은 물론 최소 1.3%의 경제성장률도 이뤘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포르투갈은 재정적자 문제가 불거지자 2009년 9.3%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중을 지난해 7.3%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을 마련했다. 올해는 이를 4.6%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주요 국가들은 포르투갈의 자체 해결 능력에 회의적이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독일과 프랑스는 포르투갈에 구제금융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지난 7일 보도했다.

신용평가사들의 냉랭한 평가도 부정적 전망을 부추긴다. 피치는 지난달 23일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그러면서 "포르투갈 정부가 2010년 재정적자를 GDP 대비 7.3% 수준으로 줄였을 수도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금 확대와 지출 감축을 골자로 한 긴축정책이 고금리에 허덕이는 산업 전반에 경기침체를 촉발하고 결국 세수 감소 및 자금조달 비용 증가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유로존 안팎에선 이 때문에 포르투갈이 오는 12일로 예정한 12억5000만유로 규모 국채 발행을 주목하고 있다. 올해 정부의 첫 자금조달인 이번 국채 발행에서 금리가 또 치솟을 경우 포르투갈은 물론 스페인 등 주변국가로까지 금융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인 폴리 라보뱅크인터내셔널 수석 외환전략담당은 "포르투갈 경제 규모는 현재 유로존 전체 GDP의 2% 이하로 미미한 편이지만 스페인 등 주변국들과 밀접한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어 위기 파급의 영향력은 메가톤급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