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윌리엄 데일리 새 백악관 비서실장(사진)이 주미 한국대사관을 깜짝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지난 8일 워싱턴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데일리는 자신의 백악관 비서실장 기용설이 현지언론에 보도되기 며칠 전에 한덕수 주미 대사를 찾아 40여분간 요담을 나눴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비준 사례를 들면서 한 대사에게 미 의회의 한 · 미 FTA 비준과 관련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NAFTA 비준이 민주당의 거센 반대에 부딪쳤던 1993년 데일리를 NAFTA 비준 총책임자로 영입해 돌파했다. 덕분에 NAFTA는 1994년 1월 발효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7일 데일리를 새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도 그의 이런 경험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의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 · 미FTA가 지난해 12월 최종 타결됐지만 비준을 위해선 민주당 내 반대파 의원들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FTA 문제가 아니더라도 데일리 비서실장과 한국의 인연은 두텁다. 2009년 6월 월가에서 뛰던 그는 한국 정부가 녹색성장 전략을 내걸자 10억달러 이상의 '한국녹색펀드'를 설정키로 하는 의향서를 지식경제부와 맺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참석한 한 · 미 최고경영자 만찬간담회에도 참석, 경제협력에 관심을 보였다.

데일리는 이어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했다.

방한 당시 JP모건체이스의 부회장이었던 데일리는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걸음마 단계부터 철저히 밟아나가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느 부문에 방점을 두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지 결정해야 하고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그는 또 전 세계에서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우리 정부가 핫머니(단기투기자금) 유입을 규제하려던 것에 대해 "외부 유동성이 대거 유입된다는 것은 그만큼 장기 투자처로서의 전망이 긍정적이란 의미"라며 "핫머니 규제는 필요하겠지만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경제구조를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무역불균형에 대해서는 "세계 경제 질서를 둘러싼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해소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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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 대사와는 훨씬 이전부터 친분을 쌓았다. 그는 1999년 미 상무장관으로서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던 한 대사와 한국의 대미 철강수출 문제 등을 다뤘다.

백악관 비서실장은 미국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을 보좌하고 대(對)의회 업무를 조율하는 자리다. 이런 입지가 감안돼 '워싱턴의 제2인자'로 불린다. 워싱턴 외교가는 친한파인 데일리의 백악관 입성으로 한 · 미 관계가 한층 증진될 것으로 관측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