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경아카데미가 주최한 '교토식 경영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 교토 일대를 다녀왔다. 포항지역 중소기업 사장 15명,테크노파크 직원 4명이 함께 한 이번 여행에서 참가자들은 추운 날씨에도 일본 기업의 경영방식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열의를 보였다. 특히 교토식 경영의 진수를 보여주는 교세라를 방문,신문과 책으로만 접했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을 현장에서 체감한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3대 경영인'으로 꼽히는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철학을 배우기 위해 1년여 전부터 한국 사람들의 방문이 늘고 있단다. 도요타가 리콜사태를 겪으면서 한때 인기몰이를 했던 '도요타식 경영'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데 따른 반사효과도 있겠지만,세계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나모리 회장의 정도경영과 윤리경영이 기업인들로 하여금 기본과 원칙을 생각하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매출 14조원,종업원 6만명이 넘는 세계적인 정밀세라믹 회사인 교세라에서 홍보담당자는 경영원칙이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직원들이 갖고 있는 능력이나 열의보다 직원들이 얼마나 좋은 사고(정직함,진지함,긍정적 마인드)를 가지느냐에 따라 일의 성과가 나타나고 인생도 결정된다는 것이 교토식 경영의 아이콘인 이나모리 명예회장의 일관된 철학이라고 했다.

회사 운영은 철저한 독립채산 방식,이른바 '아메바 경영'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직을 아메바처럼 세분화해 독립성을 부여하고 각 분야의 리더가 조직 간의 경쟁과 원가절감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익이 나는 회사로 만든다는 설명이다.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방식을 처음 접했을 때 중학교 도덕교과서나 불교,유학의 경전을 떠올렸다. 삶의 방식,사고방식에 대한 철학적인 금언과 조언이 '옳은 말씀'으로 받아들여지기는 했지만 어떻게 이런 것들을 현대 기업경영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담당자는 반복 교육을 언급했다. 신입사원 교육은 물론 직급별로 1년에 몇 시간씩 교육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고,이를 철저히 고과와 성과에 반영시킨다고 했다. 뼛속 깊이 새기도록 해서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경영기법,첨단화된 공장시스템을 기대하고 떠난 연수에서 우리는 다시 기본을 돌아보게 됐다. 긍정적인 자세로 끊임없이 반복하고 혁신하는 노력,그리고 그것을 순일한 마음으로 과감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가는 리더와 조직원의 모습이 교토식 경영,이나모리 경영철학의 본질이었다.

3박4일의 짧은 일정을 마치면서 연수에 참가했던 한 CEO는 "이번에 느낀 것 중에서 10%만이라도 실천해보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연말을 희생한 대가가 아깝지 않았다. 참가자들 모두에게 울림이 큰 경험이었다.



채헌 포항테크노파크 기업서비스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