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에게 '텍산'(Texan · 텍사스 사람을 일컫는 말)에 대한 이미지를 물어보면 보수적이고 자부심이 강해 친해지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공통적이다. 서부영화에서 자주 보던 텍사스 카우보이의 강한 이미지와 맞아 떨어진다.

'Lone Star State'라는 별칭이 있는 텍사스주는 미국 본토에서 영토가 가장 크다. 풍부한 에너지 자원도 보유하고 있어 주 남부도시 휴스턴은 '세계의 에너지 수도'로 불린다. 텍사스가 미국으로부터 독립하기를 희망하는 '텍산'들도 적지 않다. 원래 멕시코 영토였던 텍사스는 가톨릭교가 널리 퍼져 보수적인 사고방식이 자리잡기 시작했으며,이후 미국에 편입한 뒤 개신교가 들어오면서 보수적 성향이 더욱 굳어졌다.

최근 세일즈 출장차 댈러스를 방문한 한국 중소기업인과 텍사스 현지 바이어 간의 비즈니스 미팅을 주선한 적이 있다. 한국 출장자는 뉴욕에서 10여년 거주한 경험이 있어 미국인을 대하는 데 익숙하다고 했다. 하지만 미팅이 진행되는 동안 당황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알고보니 미팅 내내 바이어가 딱딱하고 권위적인 태도를 보여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인지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텍산과의 비즈니스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그들의 보수적 성향을 최대한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Sir'나 'Ma'am'과 같은 존칭을 적절히 잘 사용해 예의바른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좋고,'Thank you'와 'Please' 같은 감사와 존중의 표현을 적시에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친분이 쌓이기 전에 이름(first name)을 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last name) 앞에 Mr.이나 Ms.를 붙여 존경을 표시하는 것이 좋다.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이에서 20,30대 사람들이 연장자의 이름(first name) 앞에 Mr.나 Ms.를 붙이는 것은 캐주얼하면서도 정중한 호칭으로 간주된다.

보수성향으로 인해 텍산들은 체제나 관습을 따르는 것을 중요시한다. 일을 처리할 때도 대부분 원리와 원칙을 강조하며 순리대로 천천히 진행하는 것을 선호한다. 텍산 바이어와 비즈니스를 할 때 재촉하는 것은 자제하고,일을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친분을 쌓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천천히 친해지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서둘러 친분을 쌓으려 과도하게 친근감을 표시할 경우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 너무 개인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지나치게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지 말아야 한다.

텍산들이 다소 무뚝뚝하고 권위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해서 미팅을 그르친 것은 아니다. 당황하지 말고 차분히 바이어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하는데 집중하면 된다. 되도록이면 빠른 일처리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강한 인상에 보수적인 텍산들이지만 오히려 친해지고 보면 매우 친절하고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다. 뉴요커들에게 자유분방함이 있다면,텍산에게는 무뚝뚝함에서 묻어나오는 따뜻한 정이 있다.

박상협 KOTRA 댈러스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