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 부산물을 재활용한 '우드펠릿'이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환경보호와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산화탄소 감축 등 기후변화 협약에 적극 대응할 수 있어 각국 정부가 경쟁적으로 관련 산업 육성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21세기형 청정연료의 대표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우드펠릿은 나무 부산물을 잘게 분쇄한 다음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압축,담배필터 크기로 만든 청정 목질계 바이오 연료다.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미국에서 개발됐다. 그러나 유가가 하락하면서 빛을 보지 못하다 1990년대 교토의정서 발효 이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전 세계 생산량 1000만t(2009년 기준)의 80%를 소비하고 있다. 유럽국가들은 2020년에는 전체 신재생에너지의 20% 수준인 7500만t의 펠릿을 사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중국까지 가세할 경우 2020년 전 세계 수요량은 1억5000만t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엔 펠릿보일러의 연소 효율이 기름 또는 가스보일러 수준으로 향상되고, 펠릿도 규격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고유가로 인한 난방비 절감 수요와 교토의정서 발효에 따른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으로 펠릿 시장이 크게 커졌다.

우드펠릿이 각광받는 이유는 우선 다른 바이오매스 연료에 비해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무게의 장작에 비해 부피가 절반 정도다. 도시지역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크기가 작고 규격화돼 있어 운반이 쉽고 다른 연료와 달리 발화점이 낮아 운송 과정에서 특별한 설비나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펠릿을 이용한 난방시설은 아황산가스 등 유독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매우 환경 친화적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보일러등유와 비교할 때 난방비를 40% 정도 절감할 수 있어 매우 경제적이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우드펠릿과 경유,면세경유,보일러등유의 동일 발열량(M㎈/㎏)당 가격은 각각 89원,160원,90원,108원으로 우드펠릿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산림청 실험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산림청은 국립수목원, 군부대 등에서 실제로 보일러를 가동하면서 같은 조건에서 연료절감 효과를 실험했다. 한 달간에 걸쳐 국립수목원 유리온실에서 실험한 결과 보일러등유 대비 최저 31%에서 최고 44%까지 연료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는 특히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세계 10위 에너지 소비국이어서 국가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어느 나라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태양광이나 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는 기술 · 비용 · 환경적인 측면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국토의 63%가 산림인 우리나라에 산림 바이오 에너지가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가장 효율적인 친환경 에너지라는 강점 때문에 관련 산업의 전망도 매우 밝다. 세계 펠릿 시장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8% 이상 고속성장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우드펠릿 생산은 앞으로 매년 30%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선진국 또한 앞다퉈 보조금 및 부가세 감면 등 지원 정책을 펼치며 시장 육성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자원이 풍부한 미국 캐나다는 수출산업으로 육성,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등지에 펠릿을 공급하고 있다.

김외정 산림과학원 연구관은 "펠릿은 화석연료 대체와 탄소배출권 확보는 물론 고유가 극복의 일등공신이 될 수 있는 최적의 에너지원"이라며 "연관 전후방 산업 간의 균형 잡힌 전략적 육성 대책을 마련,2020년 국내 펠릿시장 3조원 시대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