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남동에 사는 박길동 어린이(5)는 집과 유치원에서 산만하고 규칙을 지키지 않는 행동으로 주위 사람들의 속을 썩였다. 혹시나 해서 석 달 전 연세대 세브란스어린이병원의 두뇌인성클리닉에 데리고 갔다. 검사 결과 단순 시각 주의력 저하가 발견됐고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지각하는 면도 부족했다. 이는 매사에 자신감을 없게 한 원인이 됐다. 박군의 엄마는 남보다 뛰어나게 키우려는 양육 스트레스를 매우 강하게 받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남편과 갈등도 심했고 이는 깊은 우울감을 갖게 했다. 엄마와 아이의 애착이 부족한 '반응성 애착장애'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였다. 따라서 클리닉에서는 아이가 타인과의 유대감을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게 놀이치료를 시키고,엄마가 우울감을 떨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두뇌인성검진클리닉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타고난 두뇌 특성과 성품,대인관계 능력,인성 등을 체계적으로 평가해 단점을 극복하게 하고 강점을 찾아 발전시키는 데 치료 목표를 두고 있다. 6세 미만의 학령기 이전 어린이는 지능검사,정서 · 적응력검사,성격 · 자신감검사,또래관계 기술검사,집중력검사,기질검사,기본신체검사를 받는다. 초 · 중 · 고생은 사회성검사,학습성적 · 성취도검사 등의 검사가 추가된다. 부모는 양육 스트레스와 성격성향을 검사한다.

아이들의 문제가 성격,사회성,집중력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면 뇌 자기공명영상(MRI)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이 밖에 보호자가 원할 경우 신경심리평가(기억력 계획력),가족기능평가(발달력 부모자녀관계),중금속 검사(혈액검사를 통한 납 수은 카드뮴 농도 측정)도 실시한다.

검사 후 1~2주께 소아심리팀 임상심리학자들이 평가보고서를 발송한 뒤 간단한 1차 상담을 진행한다. 이어 2~3주 안에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송동호 · 천근아 교수가 개인상담에 나선다. 보통 환자당 30회 안팎의 개인상담을 실시해 아이들에 대한 양육 방향을 알려주고 약물치료,사회성 향상을 위한 놀이치료나 집단치료,학습치료 등을 추천한다. 아이들의 장점을 지속적으로 격려해주고 진로 · 적성 선택에 참고하도록 유도하며,취약점에 대해서는 학습계획에 대한 재점검이나 언어치료 등을 제안한다.

송동호 교수는 "심층적인 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아동 정신건강 · 인성발달 관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곳은 세브란스어린이병원이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말했다. 진료는 토요일 오전에 진행되며 사전예약으로만 신청받는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