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아이가 나중에 살이 빠지면서 더 잘 자랄 것으로 생각하는 부모가 많지만 실제로는 마른아이가 더 잘 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치료 전문 하이키한의원 네트워크(대표원장 박승만) 의료진은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병원을 방문한 8~15세 어린이 555명(남자 91명,여자 464명)을 비만그룹(비만도 105% 이상)과 마른그룹(비만도 100% 이하)으로 나눠 한약(성장탕)투여와 식사요법으로 병행 치료한 결과를 비교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11일 밝혔다.




비만그룹은 키 크는 데 가장 중요한 성장호르몬을 반영하는 지표인 인슐린양성장인자(IGF-1)의 분비량이 치료 전 299ng/㎖에서 치료 후 389.7ng/㎖로 30.3% 증가했다. 이에 비해 마른그룹은 치료 전 349.9ng/㎖에서 치료 후 418.2ng/㎖로 19.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 기간 자란 키는 비만그룹의 경우 연평균 7.2㎝로 마른그룹의 8.0㎝보다 작았다.

또 비만도(자기 체중을 표준체중으로 나눈 백분율)를 비교한 결과 비만그룹은 112.6%에서 107%로 낮아졌고,마른그룹은 92.2%에서 89.2%로 줄었다. 비만그룹은 성장호르몬이 10.8% 더 증가하면서 체중은 2.6% 더 빠졌다. 이는 성장호르몬이 키 성장뿐만 아니라 지방분해 역할까지 하기 때문이다. 두 그룹 모두 키가 크면서 살도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승만 원장은 "뚱뚱한 아이들이 살빼기 위해서 먹는 것을 줄이기만 한다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떨어지므로 적절한 운동과 식사요법,필요할 경우 한약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며 "이렇게 해야 살이 빠지고 키는 더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살이 찐 아이들은 성장호르몬 수치가 낮고,뼈나이는 많고,사춘기도 일찍 시작될 수 있는 악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조기에 잘 관리하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키한의원은 마른 체질인 경우엔 가시오가피 두충 천마 등 22종의 한약재에서 추출한 신물질(KI-180)로 성장호르몬 분비 촉진을 유도하며,비만한 경우엔 인진과 율무를 추가한 감비성장탕을 주로 처방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춘계 한의학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